한고조 유방이 중국 안휘성 영벽현 동남방 해하에서 항우를 죽여 천하를 얻게되자, 그를 도왔던 모사 장량이 유방 곁을 떠났다. 장량은 극력 만류하는 유방에게 “내가 할일은 이제 없다”면서 초야에 묻혔다. 월나라 왕 구천이 ‘와신상담’ 끝에 오나라 왕 부차를 무찔러 마침내 자결하는 것을 보고, 구천을 도왔던 중신 범려가 자취를 감췄다. 구천은 전력을 다해 범려를 찾았으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후세에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유방과 범려의 고사를 들어 측근들의 발호를 개탄했다. 그의 측근들은 의병 거병시 함께 나섰던 고향사람들이었다. 결국은 권력을 축재 등에 남용한 개국공신들을 주살하면서 “개국보다 치국이 더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새로 당선되어 취임한 시장·군수들 또한 명심해야 된다. 선거에 공을 세운 측근이 떠나지 않고 주변을 맴도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측근에 끌려 논공행상을 하다가는 이것이 화근이 되어 자신을 망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영포회’란 것이 있어 말썽이다. 대통령의 고향인 영일과 포항 출신의 공무원들 모임이라니 실로 고약하다. 설마한들 대통령도 아는 모임이라고는 믿기지 않으나 비서실의 책임이 크다. 옛날에 주원장 같으면 ‘영포회’는 주살감이다. 순수하게 친목을 도모했을지라도 이런 모임이 있어선 안 된다. 만약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면 사조직이다.
월드컵 국가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을 본받아야 한다. 허정무 감독은 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직 연임 권고를 고사했다. 그간 자신의 모든 것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에 불태워 소진했기 때문에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말 명쾌한 처신이다. 그도 사람인데 어찌 대표팀 감독직 연임에 미련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처신에 매듭을 분명하게 지어 보인 것은 어려운 결단이다.
새로 취임한 시장·군수들이 측근 관리를 엄정하게 해야하는 것이나 ‘영포회’같은 ‘호가호위’의 모임을 단호하게 처단해야 하는 것이나 다 허정무 감독의 그 같은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사리사욕을 억제하고 명분과 대의를 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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