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은 평생의 영예이면서 평생의 멍에다”라고 했다. 교장을 지낸 친구의 말이다. 그는 사범학교 출신 교장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교장 지낸 친구의 말이 대강 이러했다. 교장을 마치고 은퇴한지가 벌써 십년이 넘었는데도 사회적 호칭은 여전히 “교장선생님이다”라는 것이다. 어딜 가도 교장 선생님의 대접 또한 극진하다고 한다. 평생의 영광이 교장직인 것이다.
이해가 된다. 누구랄 것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낸다. 그 학교의 어른이 교장이다. 교장선생님에게 외경심을 갖는 것은 자녀에 대한 기대감이다. 현직만이 아니고 전직 교장을 존경하는 사회적 기풍 또한 바람직하다.
반면에 교장을 지내어 불편한 점도 많다고 한다. 그 친구의 말을 빌리면 어디 가서 농담도 함부로 못한다는 것이다. 교장 출신도 사람인지라 술한잔 먹고 실수할 때도 있고, 또 행동을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싶어도, 역시 주변의 눈치를 봐야하고 그래서 조심해가며 참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멍에가 아니고 뭐냐?”며 신문쟁이는 자유로워서 부럽다며 웃는 것이다.
교장직은 교직의 꽃이다. 교육장이나 교육감은 다만 행정책임의 직함이지, 교육자의 직위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선 학교의 교장보다 교육장이나 교육감을 우대하는 것은 관료주의 의식이다. 교육자로서는 당연히 일선 학교의 교장이 으뜸이다. 교장 선생님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 여론이 일면 슬픈 이유가 이에 있다. 존경하고 싶고, 존경받아야 할 교장선생님들이 나쁜 소리를 듣는 것은 교육계의 불행일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불행이다.
그런데 궂은 소릴 듣게되는 것은 돈 때문이고 그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몇십만원이 아니면 고작 100~200만원이다. 교장직 자리에 비하면 기껏해야 푼돈이다. 이런 푼돈을 받고 평생동안 연공을 쌓은 교장자릴 더럽히고 자신을 망치는 교장선생님들이 있어 안타깝다.
학생들 수학여행 가는데 여행사 선정을 두고 뒷돈 받았으면 학생들 머릿수를 팔아먹은 셈이다. 교장으로서 더할 수 없이 치사하다. 이 같은 교장이 100명도 넘는다니 묻고저 한다. “당신들은 자존심도 없나?” 교장출신 친구는 “교직의 역적들!”이라고 일갈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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