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양천경찰서 형사 4명이 피의자들에 대한 가혹행위 등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구속됐다. 이유인즉 마약이나 절도 피의자 수십명에게 자백이나 여죄추궁을 위해 재갈을 물리거나 소위 ‘날개꺽기’ 등의 방법으로 고문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로 ‘공든 탑’이 무너져 버렸다고나 할까. 그간 경찰은 피의자 인권보호와 증거위주 수사를 위해 과학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수사과정에서 자백 강요나 가혹행위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필자도 20여년을 경찰 수사에 몸담고 있었기에 이러한 노력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문명사회에서 뜬금 없이 고문이라니. 이는 경찰조직 내부의 분위기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 아닌가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경찰은 실적 올리기에 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승진이나 인사, 표창 등에 있어 모든 척도가 실적이다. 감찰권이나 인사권 등 지휘권을 남용하거나 심지어 통화내역 등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물론 범죄를 예방하고 비위를 없애기 위한 궁여지책인 점은 잘 알고 있지만 경찰관의 인권까지 침해하는 일부 지휘관의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가끔 후배 경찰관들을 만나면 실적 때문에 밤잠을 못이룬다는 말을 듣게 된다.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닌 것이다. 과연 이런 문화 속에서 국민에게 질높은 치안서비스가 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경찰활동은 범인검거만이 능사는 아니다. 계량화 하지 못하는 무형의 가치도 얼마든지 많다. 112신고 출동, 순찰, 교통정리, 독거노인이나 불우이웃 돕기, 청소년 선도, 미아찾기 등. 물론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모든 걸 실적에 의존하다 보면 이번 양천경찰서의 경우처럼 부작용도 낳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때마침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실적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조현오 서울경찰청장과의 동반사퇴를 주장해 논란이 뜨겁다.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그의 결단에 충분히 공감이 가며 내심 동조하는 경찰관 또한 많다는 사실을 경찰 수뇌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장기현 법무법인 온누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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