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기… 상속보다 부양부담 더는게 현명

주택연금, 이유있는 인기

용인에 사는 김모씨(69)는 30년간 일하던 대기업에서 1999년 퇴직한 뒤 중소기업에 입사해 생활비와 자신의 용돈을 벌어왔다. 6년뒤 중소기업마저 퇴사한 김씨는 이후 운동 등 여가생활을 즐기며 나날을 보내왔다.

 

하지만 퇴직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자녀들에게 생활비를 보내달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퇴직금과 저축한 돈마저 점차 바닥이 나면서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에 김씨는 평수를 낮춰 이사를 해 노후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제값에 팔기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자식들마저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자 김씨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에 가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생 고생해서 장만한 집을 날려버리려고 하느냐”, “하나밖에 없는 집, 자식한테 물려줘야 하지 않느냐”는 등의 주변 만류가 있었지만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지난 3월에 가입했다.

 

자녀들도 “부모님의 안정적인 노후가 먼저”라며 선뜻 찬성했다.

 

주택연금 가입으로 김씨는 매달 주택연금 195만원과 국민연금 74만원, 개인연금과 연금보험으로 각각 27만원을 받으며 아내와 함께 생활비로 매월 320만원을 쓰면서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됐다.

 

150만원은 아내가 식비, 아파트 관리비 등으로 쓰고 있고 나머지 돈은 경조사비, 자동차 유지비, 통신비, 각종 세금을 내며 관리하고 있다.

 

은퇴 본격화 베이비부머들

 

“자식에 의지않고 안정된 생활

 

집담보 연금, 노후재테크 대안

김씨는 “고정수입이 없는 노인이 집 한 채만 갖고 있으면 빈털털이나 마찬가지”라며 “나이가 들수록 돈이 없으니 위축됐는데 이제는 생활비의 60%를 주택연금으로 충당하면서 심적으로, 물질적으로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고양에 사는 최모씨(71)도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축적해 둔 저금으로 생활했지만 다른 노후생활을 준비하지 못한 터라 내심 불안했다.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 쓰면서도 한켠에 자리 잡은 미안함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었다.

 

이에 주변에서 주택연금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상담을 받았지만 이내 돌아섰다. ‘평생 모은 재산’, ‘자식한테 물려 줘야 하는데…’, ‘그래도 내집은 있어야지’라는 생각에 선뜻 가입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더이상 자녀들에게 짐을 지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 4월 주택연금보험에 가입했다.

 

최씨는 “주택연금보험에 가입한 뒤 자식에 의지하지 않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요즘 즐겁기만 하다”며 “지난해 9월 가입했으면 수령액이 조금 더 많았을 텐데”라고 너스레까지 떨었다.

 

이처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노후생활을 고민하는 고령자가 느는 가운데 집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으로 눈을 돌리는 실버세대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집값의 하향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주택연금은 실버세대들의 또 다른 재테크 차원에서 더 각광받고 있다.

 

가격이 내리는 집을 물려주는 것보다 당장의 부양부담을 덜어주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장기간의 노후생활을 대비한 자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절실한 상황이다.

 

노후생활에 이용하기 좋은 상품이 바로 주택연금인 것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매달 일정액을 받아 사용하면 노후에 자녀들에게 기대지 않고 생활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  임명수기자 lm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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