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지금과 같이 비가 많이 내리게 되면 저녁 8시 이후 임진강 상류 댐의 물을 불가피하게 방류할 수 있음’ 지난 18일 오후 남북 간 경의선 군 통신선에 날아든 북의 전문 쪽지 내용이다. 전문을 보낸 북의 발신처도, 전문을 받을 남의 수신처도 적히지 않았다. 본문만 달랑 적힌 이 전문이 통일부로 전해져 즉각 한강홍수통제소 등 유관 기관에 통보됐다. 임진강은 19일 오전 10시부터 수위가 올라갔다. 북에서 댐 물을 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임진강 물이 갑자기 불어 연천군 임진교 근처서 텐트를 치고 잔 야영객 6명이 급류에 휘말려 숨졌던 게 지난해 9월6일이다. 북의 예고 없는 댐 방류로 소중한 인명이 떼죽음당했다. 이에 비하면 이번 북의 예고는 이례적이다.

 

더욱이 천안함 사태의 연착륙이 미완인 상태서 보낸 댐 방류 예고 전문은 어떤 숨은 메시지가 담겼다고 볼 수가 있다. 친절하다면 친절하다고 할 전문을 발신처도 수신처도 없이 보낸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대화가 단절된 마당에 공식 문서로 보내기가 어려워 본문만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지금 6자회담 등 대화 재개의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다른 화두로 돌려 마무리지으려는 저의다. 이에 정부도 고심 중이다. 천안함 폭침을 한사코 부인하는 저들에게 사과를 요구해도 사과할 리 없고, 그렇다고 경색 국면을 끌고 가는 것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한미는 군사합동훈련과 함께 서울서 외교·국방부 장관의 전례 없는 2+2 회담이 서울서 3박4일 일정으로 내일 열린다. 한미 군사동맹의 공고화로 한반도의 전쟁 재발을 막는다는 것이 기조다. 남북 간 대화 재개는 아마 북측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는 선에서 수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그 같은 표명은 북의 본의는 아니지만 형식상 그렇다.

 

임진강 댐 방류 통고는 일종의 화해의 손짓이다. 그 목적은 쌀 등 대북 지원을 기대하는 데 있다. 그러나 임진강은 여전히 수공의 위험이 도사린다. 임진강 상류에 건설한 4월5일 1호댐에서 4호댐과 황강댐 등 5개 댐 저수량이 도합 3억8천500만t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가 세운 군남댐 저수량은 7천100만t이다. 저들이 일시에 방류하면 감당키 어렵다. 임진강은 남북을 관통하는 유일한 강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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