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적정가 산출결과, 서울 29% 강남 31% '버블'
국내 주택시장의 침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우리나라도 부동산 버블 붕괴의 초입에 들어선 것인가? 한국경제를 둘러싼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버블 붕괴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난 십 수년간 주택가격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지나치게 오른데다 가계부채 증가와 수급 불균형 등의 근본적인 이유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거품이 더 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도 규제완화 일변도의 인위적인 주택시장 부양 보다는 연착륙을 유도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현재 아파트 가격 여전히 높은 수준
호가가 아닌 실거래 가격을 바탕으로 주택거래 가격의 수준과 변동률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료로 국토부의 실거래가 지수가 활용되고 있다. 주택시장에서 쓰이는 일종의 주가지수에 해당한다.
주택거래에 신고제가 도입된 지난 2006년 1월을 100으로 봤을 때, 올 4월의 서울지역 실거래가 지수는 136으로 나타났다. 최신 통계가 2~3개월 늦게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 추세를 완전히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여전히 전국의 평균 집값은 4년전에 비해 올라 있는 상태인 것만은 분명하다.
산업은행 산하 산은경제연구소는 지난 3월, 주택가격이 적정한 지 여부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물가와 비교한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 상승정도는 미국과 일본의 과거 부동산 경기 정점 수준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가구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도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평가했다.
1987년 이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전국적으로는 물가상승률에 비해 39%, 서울은 80%가 높은 수준이고, 특히 서울 강남지역은 112%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계소득과 지가지수, 주택가격 지수 등을 활용해 아파트 가격의 장기 추세치, 즉 적정한 아파트 가격을 산출한 결과 서울의 실제 아파트 가격은 29%, 강남권은 31%나 높았다. 이같은 수치 만큼 주택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다.
소득과 비교한 주택가격의 수준을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집값은 여전히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높은 벽이나 다름없다.
한 가구가 연봉 전체를 몇 년 동안 모아야 집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는지 측정한 지수도 평균 6.26년으로 나타나, 미국의 3.55년, 일본의 3.72년을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2008년 기준)
일반 근로자가 최저 생계비를 빼고 꼬박꼬박 돈을 모아도 서울 지역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30년 가량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 수요 감소 불구, 건설업체의 밀어내기식 공급이 시장불안 부채질
입주자들의 계약 포기 사태와 집값 하락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급 불균형이다.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정책통인 이한구 의원은 25일 "중산층 및 중산층 이하 계층의 소득산출 능력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주택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고분양가에 대거 밀어내기 분양을 했고, 그 결과 미분양 주택이 누적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경제위기 이전에 집값이 얼마나 올랐나? 그런데도 최근에 집값이 조정된 수준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해 여러가지 경제여건상 집값이 아직은 덜 떨어졌다는 견해를 밝혔다.
심각한 가계부채는 향후 주택수요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한국은행은 지난 6월 20일 현재 금융회사의 주택담보 대출 잔액이 273조원, 비은행권은 67조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은행권, 비은행권에서 모두 12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로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실시된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빚이 많은 상황에서 집값은 떨어져 실질적인 채무부담이 늘어날 경우 빚을 갚기 위해 담보로 맡긴 집을 팔아 다시 집값이 하락하는 이른바 주택시장의 부채 디플레이션이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집 팔아서 한 몫 보자'는 투기수요가 주택시장의 왜곡을 불러왔으나, 경제여건을 종합할 때 집값은 중장기적으로 조정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 가계의 구조상 급격한 하락은 또다른 심각한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정부 정책의 초점은 부실한 건설업체의 퇴출 및 거래 활성화를 위한 세부개선책 등으로 연착륙을 유도하는 쪽에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DTI 파동은 건설업계와 한나라당 일각에서 부추기고 국토해양부가 적극 나서면서 불거진 측면이 있지만, 정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8월 말 이후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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