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실패와 성공의 사례... 지역 기여 없는 중진은 무위
본사 주필
7·28 재보선의 빅 매치는 단연 서울 은평을 선거구였다. 정치적인 관점에서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의 코페르니쿠스적 탈바꿈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철저히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에 접근했다. 그것은 2년3개월 전 중앙정치의 거물이 지역에 기여한 것이 뭐가 있느냐는 유권자들 의문에 겹친, 그 자신의 MB 킹메이커 오만을 보이던 것과는 영 딴판의 면모였다. 유권자들은 주민과 밀착한 이 같은 ‘단기필마’의 이재오 포복에 총선서 떨어뜨린 응징으로 충분히 반성했다고 보고, 범야권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큰 표 차이로 4선의 영광을 안겼다.
선거운동 또한 4대강과 세종시 문제 등을 내세워 목소리 높여 떠들지 않았다. 후생 의료시설 같은 지역발전 공약으로 일관했다. 비록 지각 당선이나마 정치권에 복귀하는 데 성공한 첫 소감 역시 거창한 정치 구호가 아니다. “지역을 발전시키라고 날 뽑아준 것으로 안다”는 것이었다.
이재오 의원 얘길 하는 덴 연유가 있다. 수원에도 4선의 거물이 있다. 남경필 의원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 무대의 비중이 지역사회와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 지역주민의 의문이다. 수원의 정서가 남경필을 인물로 키우자고 했다면, 그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게 아니다. 키웠으면 기여가 있어야 할 터인데, 과연 그가 해놓은 것이 뭐 하나 있느냐는 것이다. 분당선 연장이나 화성 성역화 국책사업 등 현안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그의 측근들은 시·도의원 등을 만들어 주었다. 이래서 조직 관리가 튼튼하다는 말을 하긴 한다. 그러나 수원시민은 그 같은 조직 관리의 노예가 아니다.
수원엔 국회의원이 4명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출신이 각 2명이다. 그러나 지역 현안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국회의원이 4명이나 되는데, 하필이면 왜 남경필 의원을 잡고 늘어지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있다. 앞서 밝혔듯이 4선의 중진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김진표 의원은 재선이다. 그리고 정미경, 이찬열 의원은 초선이다. 다선 의원으로 다른 수원 출신 국회의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할 처지에 있는 것이 남경필 의원이다.
그런데 독불장군이다. 김진표, 이찬열 의원과는 당이 다르다며 소원한 관계다. 심지어는 같은 한나라당의 정미경 의원과도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들린다. 지역 현안도 챙기지 않으면서 수원 사람, 객지 사람만 찾아서는 중진의 금도가 아니다. 오히려 현안에 고심해 가며 뛰는 것은 정미경 의원이다. 수원비행장 이전 문제의 근원적 타결점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 등 관련 부처를 찾곤 한 것이 그다. 한걸음 나아가 국방대학원을 다닌다.
국회의원에게 지역 문제를 말하면, 그건 지방의원이 해결할 일이라고 발뺌할지 모르겠지만 당치 않다. 완전 지방분권형 지방자치일 것 같으면 굳이 국회의원의 도움이 필요치 않다. 하지만 현행 지방자치는 완전 중앙집권형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수임기관이면서 지역 대표성의 기속력을 갖는다.
내친 김에 더 말한다.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기득권 고수의 탓도 있지만, 국회 역시 동조하는 무책임이 원인이다. 국회의원들 또한 중앙집권형 권력을 놓치기가 싫기 때문이다.
수원 출신의 고 이병희 의원은 5·16 군사정변의 주체 세력이다. 그에 대한 헌정사적 평가는 물론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수원으로 보아서는 은인이나 다름없다. 비근한 예를 든다. 경기도청을 끌어오고 삼성전자를 유치한 것이 그다. 당시 인천과 경합이 붙은 도청 유치를 위해 청와대에 머리카락을 깎고 들어가 대들기도 했다. 남경필 의원 정도라면 지역사회를 위한 이만한 열정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 지역주민의 여망이다.
물론 혼자 다 하라는 것은 아니다. 캠프 파이어는 불기둥이 서로 모여 기대면서 탈 때 내뿜는 화력이 더 강하다. 떨어지면 불길이 줄고, 그나마 흩어지면 불길이 죽는다. 마찬가지다. 지금의 수원 출신 국회의원들은 현안에 불길이 죽은 상태다. 떨어지다 못해 흩어진 불길을 다시 모아 활활 타올려야 할 시점이다.
남경필 의원, 당신이 정말 다선 의원이라면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과 화합을 이루는 국량으로 지역 현안에 이마를 맞댈 뿐 아니라, 중앙 요로에 대들며 관철시키는 배짱도 보일 줄 알아야 한다. 세종시 수정안 표결 시 반대표를 던진 것에 말이 많으나 그건 국회의원으로서 양심의 자유다. 그러나 지역에 뭘 했느냐는 의문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재오의 교훈’이 그것을 말해 준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