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이 얼마나 좋길래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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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담분(熊膽粉)은 곰의 쓸개를 말린 건조품이다. 웅담은 중국 당(唐)나라 때부터 만들어진 한약재로 전해진다. 원동물(原動物)은 곰과의 반달가슴곰과 불곰 또는 그 변종이란다. 웅담은 채집하는 시기에 따라 검정빛·호박빛(琥珀色)·황록색·담록색·청록색 등 빛깔이 다르다고 한다.

 

예로부터 심장을 깨끗이 하고 간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담석을 녹여준다고 하였다. 또 눈을 밝게 해준다고 해서 귀한 약재로 사용돼 왔다. 간장약과 위장약, 폐결핵, 심장질환 특효약으로 처방돼 왔으며 중풍으로 쓰러질 때, 임산부가 중독증으로 사경을 헤맬 때 구급약으로 썼다. 이를테면 만병통치, 만능 명약인 셈이다.

 

하지만 엄청난 물량이 유통돼 별의별 위조품이 범람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지지대者도 수년 전 먹어 봤지만 가짜인지 효험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전 일산에서 살아 있는 곰의 체액을 채취해 고가에 판매한 농장주가 적발됐다. 히말라야산 반달곰 44마리와 사슴 15마리를 사육 중인 이 농장주는 산 곰을 마취시킨 다음 초음파로 쓸개 위치를 찾아 그 곳에 주사기를 꽂고 쓸개즙을 뽑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쓸개즙을 채취한 곰은 죽지 않지만 3개월 후 상태가 회복되면 다시 쓸개즙을 뽑았다고 한다.

 

이렇게 뽑아낸 쓸개즙은 100㏄에 300만원 수준으로 거래됐다. 한 번에 곰 한 마리에서 쓸개즙 30㏄를 채취할 수 있어 100㏄를 판매하기 위해선 세 마리의 쓸개즙을 채취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곰쓸개가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생식(生食)은 위험하다. 우리나라 기생충 감염자의 50%가 곰쓸개즙, 사슴피 등을 생식했기 때문이라는 학계의 보고가 있었다. 특정 동·식물 및 그 체취물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한 의학·한의학·약학·식품학·영양학·기생충학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다. 의학적 효능을 맹신하는 것도 우려되는 일이지만 동물 생약이 마치 만병통치제인 것처럼 선전하는 상술이 더 문제다. 웅담생즙 섭취가 어떤 위험성이 내재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를 생식하는 것은 먹는 사람 자신을 실험동물로 자초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살아 있는 채로 쓸개즙을 빼앗기는 곰을 생각하면 인간이 참 혐오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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