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천일염, 세계 1등 브랜드를 꿈꾸며

우리나라 천일염은 저평가 우량 주식이자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뛰어난 맛이나 영양에 비해 시장 가격이 낮아 세계 1등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3월 천일염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천일염세계화포럼을 결성하였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최근 포럼 회원들과 천일염 주산지인 전라남도 신안군과 영광군 염전을 방문한 바 있다.

 

국산 천일염은 주요 함유 성분에 있어 현재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프랑스 게랑드 천일염보다 고혈압의 주범인 염화나트륨 함량은 약 7~8% 낮은 반면 몸에 이로운 칼륨·마그네슘 함량은 3배나 높다. 또한 국산 천일염은 짠 맛만 나는 것이 아니라, 짠 맛 안에 단 맛이 깃들어 있어 음식의 풍미를 더 해 준다.

 

이는 국내산 천일염이 세계에서 보기 드문 천혜의 자연 환경인 갯벌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서해안 갯벌은 독특한 식생과 아름다운 풍광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이다. 우리나라 천일염의 우수한 품질의 근원인 갯벌 보존을 위해 보다 면밀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듯 자연 환경과 품질은 매우 우수하지만 생산 시설은 극히 열악하다. 염전 대부분이 수십 년 전 만들어진 낡은 시설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실정이다. 소금을 저장하는 해주 창고는 유해물질 논란으로 최근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 슬레이트 지붕으로 되어 있다. 염전 바닥에도 PVC가 깔려있고, 이동로도 부직포로 되어 있어 부스러기가 발생하기 쉽다. 그러다보니 천일염의 안전성 문제가 심심찮게 제기된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고, 모래 속 진주도 닦아야 그 빛을 발하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국내 천일염을 너무 홀대했다. 그러기에 품질은 더 우수하지만 가격은 프랑스 게랑드 소금의 50분의 1에도 불과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산시설 개선과 해외 마케팅은 영세한 생산자와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중앙정부가 나서 생산시설 개선과 마케팅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현장 방문은 염전은행사업, 재해보험과 같은 제도개선부터, 염전 표준화 및 자동화, 유통구조 개선, 원산지 표시제, R&D 및 기술실용화, 생산자 교육, 관광 및 한식세계화와의 연계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번 방문에서 생산자와의 간담회를 위해 한 시간 넘게 배를 타고 도초도라는 섬으로 간 적이 있었다. 일손이 귀한 농번기임에도 불구하고 검게 그을린 얼굴을 한 많은 생산자 분들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45년간 광물로 취급 받고 1997년 소금 수입 자유화 조치 이후 폐전 지원사업이 시행되는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염전을 지켜온 분들이다. 이 분들이 흘린 땀방울을 생각하니 소금 한 톨 한 톨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천일염 세계화가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가 쉽게 접하는 대한민국 천일염이 얼마나 소중한지와 천일염 세계화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일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제 필자는 다가올 정기국회에 ‘소금산업 육성법’을 발의하여 현장에서 파악한 천일염 산업 발전방안을 담을 계획이며, 공청회를 올 9월 현지에서 개최하여 현장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뜻있는 분들의 관심 속에 우리나라 천일염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1등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그날을 꿈꿔본다. 

 

김학용 국회의원(한·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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