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쑤시는 ‘섬유근통증후군’
3년 전부터 어깨와 팔, 겨드랑이, 무릎 등 이곳 저곳 안 아픈 곳이 없는 이진경 주부(48·수원 팔달구). 진통제와 함께 물리치료와 침까지 맞아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통증이 더 심해지고, 심한 통증으로 우울증에 불면증까지 찾아왔다. 인근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가족들까지도 꾀병으로 치부하고 무관심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대학병원을 찾은 이씨는 ‘섬유근통증후군’으로 판명받았다. 김완욱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섬유근통 증후군은 자율신경계의 통증 조절 능력이 망가져 작은 자극에도 통증이 나타나는 병으로 4·50대 여성에게 잘 생긴다”며 “흔한 병이기는 하지만 방치하면 고치기 힘든 난치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자율신경계 통증 조절 능력 저하… 작은 자극에도 아픔 느껴
가벼운 운동·인지행동·약물치료 병행해야 효과볼 수 있어
■ 꾀병으로 오해 받는 ‘섬유근통증후군’
‘섬유근통증후군’은 근육자체의 문제가 아닌 중추신경계 통증전달체계의 문제다. 환자마다 아픔을 표현하는 것이 다르지만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는 사람이 많다. 어떤 환자는 심지어 뼈가 부러진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수면장애와 집중력 및 기억력장애가 심하면 우울증까지 겪으며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는 일상적인 가정과 사회생활마저 어렵게 된다.
섬유근통은 일반 진통제를 먹어도 크게 효과가 없다. 몸의 좌우, 허리 위아래, 척추부위에 만성 전신성 통증이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몸의 18개 주요 압통점을 무게 4kg의 세기로 눌렀을 때 11개 이상에서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있다면 섬유근통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압통점은 섬유근통 환자들이 통계적으로 통증을 가장 많이 느낀다고 호소하는 부위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사람들이 특정 환경인자(바이러스 감염, 외상, 사별, 이혼, 고부간의 갈등, 부부간의 갈등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 등)에 노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류마티스 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와 같은 류마티스 질환에서는 25%까지 섬유근통이 동반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떤 나이에서나 발병할 수 있지만 주로 40~50대에서 잘 발생하며 남자보다 여자에서 발생빈도가 높다. 우리나라의 유병률도 2.2%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 긍정적 마인드로 아파도 움직여야
섬유근통의 경우 일시적으로 통증을 치료하고자 침을 맞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침을 맞으면 일시적인 효과만 보게 된다. 당장 통증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섬유근통은 통증으로 인해 수면장애까지 불러올 수 있다. 때문에 이처럼 일시적인 방법으로 치료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을 하는 것이 좋다. 섬유근통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요법이 있다.
▲ 비약물적 치료
섬유근통증후군은 신체, 감정, 환경 스트레스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운동과 인지행동치료를 약물치료와 함께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영, 걷기, 체조 같은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처음에 운동을 격하게 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아주 적게 시작해 서서히 자기가 감당할 만큼까지 진행한다.
증상이 심하면 일상생활이 어렵다. 이 때문에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섬유근통 환자는 “이 고통을 주변사람이 아무도 몰라주어 너무 괴롭다”, “나는 너무 아파서 죽고 싶다”, “이 병은 절대 나을 수 없는 병이다”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에 사로잡힐 수 있다.
또 고부갈등, 부부싸움 등은 스트레스를 키워 섬유근통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환자가 병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재삼 인지하고 긍적적인 자세로 바꾸는 상담 치료를 한다. 수면장애, 우울, 불안 등 정신적인 증상이 심하면 신경정신과와 협진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약물적 치료
가장 오래된 약물치료는 삼환계 항우울제를 저용량 쓰는 것이다. 아미트립틸린(amitriptyline), 사이클로벤자프린(cyclobenzaprine)이 대표적이다. 이들 약제는 세로토닌 또는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직접 막아서 통증, 수면장애, 피로 등의 증상들을 개선한다. 트라마돌(tramadol)은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수용체 차단제 성질이 있는 약물로 섬유근통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섬유근통증후군의 치료에 스테로이드와 마약진통제는 장기적으로 치료효과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랜 기간 극심한 통증을 비롯한 수면부족, 우울증 등의 증상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강한 의지와 전문적인 치료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이해가 이루어져야 이 병을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전문 의료진과 환자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협력으로 다양한 치료를 통해 통증을 조절하면서 환자의 기능 상태를 개선해나간다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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