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연예술축제인 수원화성연극제가 지난 8월14일 개막해 22일까지 화성행궁 광장을 비롯해 모두 5개의 공연장에서 시민들의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 러시아, 체코, 이스라엘, 일본 등 5개국에서 18개의 초청작과 수원시민 배우들로 구성된 7개의 시민공동체연극 등의 작품들이었다. 무엇보다 올해 프로그램의 특징은 시민들이 연극제의 중심에 서서 함께 참여하고 연극제를 만들어가는 ‘시민공동체연극’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연극제의 주제도 이에 어울리게 시민들이 즐거운 연극축제 ‘연극, 시민낙락(演劇, 市民樂樂)’이라고 내걸고 축제 프로그램의 구성과 홍보도 같은 틀에서 진행했다.
시민연극공동체의 확산을 위해 개막공연에는 시민 100여명이 함께 참여해 한바탕 대동놀이를 연출했고, 연극제 기간 중에 시민연극을 별도의 축제 프로그램으로 기획해 어린이 연극워크숍, 시민배우들을 공모하여 제작하는 시민연극교실, 학부모들로 구성된 인형극단, 청소년, 초등학교, 다문화 연극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연극제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일상과 연극의 결합을 통해 시민들이 연극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가도록 축제가 역할을 한 것이다.
시민과 호흡한 ‘수원화성연극제’
이러한 변화는 연극제가 누구를 위한 축제가 돼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자각에서 출발한 것이며, 연극의 관객개발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체험과 교육에 의해 가능해진다는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연극제의 비전이 돼야 한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시민연극교실, 시민배우활동 교육과 지원, 어린이 연극아카데미, 각종 연극 체험 프로그램과 교육과의 연계, 시민연극 활동을 적극적으로 연극제에 참여시킴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다.
연극의 저변확대와 관객개발은 연극시장의 여건을 좋아지게 한다. 연극이 다루고 있는 소재와 본질은 인간들의 삶과 역사를 새롭게 살펴보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연극은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고, 왜곡되어 있는 사람과 사회, 그리고 역사의 단면들을 보여주고, 그러한 이야기는 ‘삶의 진정성’을 일깨워준다. 이러한 연극의 진정성이야말로 문화의 차이와 역사적 시공을 넘어서 아직도 유효한 의미로 남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공동체연극은 시민들의 삶에 활력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고 변화를 가져다준다. 함께 땀 흘리고 고생하며 만들어가는 공동 작업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의 바람직한 모습도 만들 수가 있다. 이로 인해 연극배우와 극단에게도 자극과 활력소가 되고, 연극문화 전반에 걸친 발전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가 있다. 시민공동체연극이 중요한 이유다.
시민공동체 연극 활성화 됐으면
시민들에게 연극이 1년에 한번 치루는 행사가 아닌 자신들의 삶과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는 일상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또 ‘누구나’ 참가 할 수 있는 친근한 프로그램과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연극발전을 위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연극이 시민들에게 좀 만만해져야 한다. 개혁군주 정조가 실사구시와 실용주의의 결집인 화성을 축성하면서 상하동락(上下同樂)의 새로운 문명세계를 꿈꾸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수원화성에서 펼쳐지는 연극축제를 통해 꿈꿔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 꿈이 시민들이 즐거운 연극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민들은 연극제가 반갑고 연극제는 시민들이 반가운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시민들과 함께 꾸는 필자의 꿈이다. 김동언 경희대 극장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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