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 지나간 도내 과수 농가
안산 대부동 일대 포도밭 낙과 피해 ‘쑥대밭’
“수확 코앞인데… 나무 흔들려 내년에도 걱정”
제7호 태풍 ‘곤파스’가 안산시 대부도 포도밭을 휩쓸고 지나가 한창 수확기에 접어든 포도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 2일 오후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비닐하우스 아래서 농민이 한 송이의 포도라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하태황기자 hath@ekgib.com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제7호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지나간 도내 배·포도 과수원들은 마치 폭격을 받은 듯 처참했다.
출하를 앞둔 포도들은 송이채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고, 달콤한 육즙을 잔뜩 끌어오리던 배들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이른 새벽 갑자기 들이닥친 강한 태풍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농민들은 어찌할 줄 모른채 낙과한 과실들만 어루만지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2일 오전 11시40분께 제7호 태풍 ‘곤파스’가 시속 40~50km 안팎의 위력을 과시하면서 지나간 대부동 일대는 폭격을 맞은 듯 아비규환(阿鼻叫喚) 그자체 였다.
대부북동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박만근씨는 “매년 2천500여 박스의 포도를 생산해 왔는데 수확을 앞둔 포도가 저렇게 갈라지고 터져 못쓰게 될 판인데도 손을 쓸 수 없어 안타깝다”며 허탈한 모습으로 무심한 하늘만 올려봤다.
이날 새벽 4시부터 불어닥친 강풍으로 인해 박씨가 애지중지 키운 포도를 보호해야 할 비가림 비닐은 이리저리 바람을 타고 휘날렸다.
다른 농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부동 포도농가들은 올해초 냉해로 피해를 입은데 이어 수확기와 맞물린 시점에 잦은 비에 태풍피해까지 잆어 망연자실하고 있다. 알이 터지고 낙과 피해가 발생한데다 당도가 떨어지는 등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70% 가량 익어가고 있는 포도는 마지막 당도를 높이기 위해 광합성 작용을 받은 잎으로부터 영양분을 공급 받아야 하는데 잎이 강풍에 흔들리면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없어 상품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대부동에는 1천여 농가가 600㏊에서 포도를 재배, 생산하고 있다. 하우스 포도는 90% 가량이 이미 수확을 마친 상태지만 비가림 포도와 노지 포도 등은 이제 막 수확(9월초께)을 앞두고 있어 이번 강풍을 동반한 곤파스의 출현에 농민들의 마음은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농민들은 ”잦은 비로 포도에 수분이 많아 걱정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손을 쓸수 없는 상황이라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포도 한 알이라도 살려보겠다고 강풍에 쓰러진 지지목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에서 애타는 농심이 그대로 묻어 났다.
게다가 대부동 지역에는 이번 강풍으로 인해 새벽 5시께부터 전기가 끊기고 통신 마져 두절돼 농가들의 피해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김영정 할아버지(70)는 “이렇게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 놓으면 올해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나무가 몸살해 다음해에도 수확량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안산=구재원기자 kjwo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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