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지는 날씨에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 찾아왔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벌초에 나서는 시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기 산과 들을 찾는 나들이객들이 주의해야 할 질병이 있다. 유행설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쯔쯔가무시증 등으로 주로 벌초와 성묘, 추수기와 맞물려 야외활동이 빈번해지는 추석을 전후로 9월부터 11월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이들 질환들에 대한 예방법 및 대처법에 대해 소개한다.
유행성 출혈열·쯔쯔가무시증 등 9~11월 집중
야생 쥐·탈진드기 등에 감염… 급성발열 동반
피부노출 최대한 줄이고 외출시엔 손발 깨끗이
■ 유행성출혈열
고열과 더불어 혈관을 포함하는 체내의 맥관계통에 특징적인 기능장애를 일으킴으로써 피하에 점상출혈이 나타나고 소변으로 다량의 단백질이 배출되는 특징이 있는 바이러스성 급성전염병이다.
야생 등줄쥐의 ‘한탄 바이러스’나 최근에는 도시 시궁쥐의 배설물에 있는 ‘서울 바이러스’도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쥐의 분비물 및 배설물을 통해 전파되며 보통 9~35일의 잠복기간을 거친다. 야외활동이 많아 감염기회가 많은 젊은 연령층 남자가 잘 감염되며, 최근에는 소아에서도 환자가 나타나고 있다.
급성으로 발열, 출혈, 요통, 신부전 등이 나타나며 발열기, 저혈압기, 소변이 나오지 않는 핍뇨기, 소변이 터지는 이뇨기, 회복기 등 5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발병했을 경우 특수 치료요법은 아직 없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쇼크와 신장기능의 악화로 사망하지 않도록 최대한 안정시키고 즉시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감염위험이 높은 지역에서 야외활동이 많은 사람은 예방접종을 받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유행지역의 산이나 풀밭에 가는 것을 피하고, 들쥐의 배설물에 접촉되지 않도록 하며, 잔디 위에 눕거나 잠자지 말고, 가능한 한 피부의 노출을 적게 하고, 집주위에 들쥐의 서식처인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 또한 잔디 위에 침구와 옷을 말리지 말고, 야외 활동 후에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목욕을 해야 한다.
■ 쯔쯔가무시증
야생 설치류에 공생하는 털진드기에 의해 감염되며, 이는 온·습도 등 생태계 환경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들에서 일을 하는 사람과 야외 훈련을 하는 군인들에게 발생하기 쉽다.
보통 1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 급성으로 발생하며, 고열, 오한, 구토, 복통, 기침, 인두통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발병 후 5~8일 경에 피부 발진, 림프절 비대, 간 및 비장종대, 결막충혈 등이 나타난다. 진드기가 문 곳에는 피부궤양이나 특징적인 가피가 형성되며 피부발진은 몸통에 주로 발생한 뒤 몸 전체로 퍼진다.
예방을 위해서는 질병이 발생했거나 유행하는 지역의 숲에는 가지않는 게 우선이다. 야외 활동시에는 되도록 긴 옷을 입고, 주변의 잡초를 제거해 들쥐의 서식처를 없애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렙토스피라증
들쥐의 대소변에서 나온 균이 피부에 난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으로 올해처럼 태풍이나 비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병한다. 개, 돼지, 들쥐, 집쥐, 족제비, 여우 등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되기도 하고, 감염된 동물의 소변으로 균이 배출돼 늪, 수도, 연못 등의 오염된 물에서 작업하는 사람의 미세한 피부상처를 통해 균이 옮겨져 전파되며 주로 가을 추수기 전후에 20~70대 농업종사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황달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이해됐지만, 무증상 감염증도 많고, 황달이 없는 경증환자가 90% 정도를 차지한다. 광범위한 혈관염에 의한 것으로 급성 열성 질환, 폐출혈, 뇌막염, 간·신장 기능 장애 등으로 나타난다.
농경지에서 작업한 후에는 깨끗한 물로 손발을 씻고, 작업시에는 소매를 내려 입고 장화, 장갑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상처 있는 사람은 작업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급적 논의 물을 빼고 마른 뒤에 벼베기 작업을 하고, 매개 동물을 없애는 것이 좋다.
도움말=송상욱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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