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의 대통령의 연설 이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행정안전부의 행정 고시 축소 및 개방형 채용 확대 계획 발표, 비리 법조인의 ‘몰래 사면’, 외교부 장관 자녀의 특혜 채용과 외교부 장관 사의까지 짧은 기간에 너무도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화두는 ‘공정’, ‘공정한 사회’ 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주창한 ‘공정한 사회’ 란 어떤 의미일까? 최근에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야기 한 내용을 보면 의도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대통령은 ‘누구에게든지 균등한 기회를 줘야 하고 그런 후 결과에 대해서는 각자가 책임져야 하는 게 공정사회의 기본 바탕’ 이라고 밝혔다. 간단히 정리한다면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요소를 기회의 균등과 행위에 대한 책임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야기 한 바와 같이 기회 균등과 행위에 대한 책임이 지켜진다면 공정한 사회가 되는 것일까?
OECD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소득 불균형은 26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빠르게 악화되었고, 최상위와 최하위의 소득 불평등은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즉, 현재 한국 사회는 평등하지 않은 사회라는 뜻이다. 경제적 능력 차이가 극심한 소득 양극화 상태에서 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 만으로 공정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현재도 현재의 불균형이 같은 기회를 주었다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박원순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에게 좀 더 많은 배려를 주는 게 공정한 사회이며,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합리적 차별이 평등하다고 말한바 있다. 박원순 변호사의 지적처럼 진정한 균등한 기회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많은 기회와 그런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하고, 사회의 강자, 사회 지도층에게는 더욱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기준을 요구해야만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총리후보자 인사 청문회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들의 크고 작은 허물들이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위장 전입과 같이 업무 추진과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법 위반 사실 만으로 후보자들을 평가해서는 능력 있는 인재의 등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고위 공직자의 직무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직무 능력의 평가 이전에 이들에 대한 도덕적인 평가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은 사회의 지도층이며, 사회적 강자이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의 평균적인 도덕 기준 이상에 부합되어야만 사회 지도층이 될 기본적인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지킬 수 있는 사람만이 노블레스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 중 21명이 넘는 사람들이 위장 전입으로 법을 위반했으며, 천안함 사건 직후 청와대 벙커에서 진행된 대책회의에서 오직 국방부 장관만이 병역의무를 수행했다는 점은 우리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사회 지도층이지만,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선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사회의 지도층들이 특혜를 받고 있는 부분을 없애야 한다. 부당한 특혜를 없애고 이를 사회적 약자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원천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사회 지도층들이 일반적인 국민보다 더 높은 도덕적 자질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가 요구해야 한다. 일반 국민보다 더 높은 도덕적 자질을 가진 사람만이 사회 지도층 특히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를 ‘공정한 사회’로 만들자는 논의가 단순히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공정한 사회’ 에 대한 개념적 논의를 넘어서, 서로 공감하는 공정한 사회의 구현을 위한 실제적인 행동들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점진적인 행동을 통해 함께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장선 국회의원(민·평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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