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의회 부실감사를 지켜보며

김형표 과천주재 차장 hp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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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의회는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집행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올해 행정사무감사를 지켜보면서 시의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건립에 따른 리스크 문제, 청사이전 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집행부의 행정을 질타하는 시의원의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또 어느 부서의 경우 단 한 명의 의원도 질문을 하지 못하고 감사를 마치는 해프닝까지 연출했다. 도시계획, 건축, 보건, 토목, 환경 등 전문분야의 행정감사 역시 심도있는 감사는커녕 수박 겉핥기식 부실감사로 일관했다.

 

특히 지난 14일 실시된 환경사업소 행정감사에서는 6명의 시의원이 단 한 차례 질문도 없이 3분 만에 감사를 끝냈다. 70억원의 사업비를 집행하는 환경사업소는 과천지식정보타운 건립으로 인한 증설문제, 환경사업소 이전문제, 재활용사업에 대한 평가 등 시민들이 알아야 내용이 많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질문 하나 꺼내지 못하고 감사를 마친 것이다.

 

그런데 표를 의식해서인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민복지와 교육분야에는 여러 시의원이 “지원이 적다, 대안을 마련하라”며 공무원을 호통하는 등 인기 영합성 질문만 쏟아냈다.

 

이 같은 의정활동은 공무원으로 치면 직무유기이며, 기업체의 직원이면 권고사직감이다. 공무원이 직무를 유기하면 행정과 형사상 처벌을 받으며, 기업체의 직원이 권고사직 처분을 받으면 회사를 그만두던지 이에 대한 징계를 받는다.

 

현재 시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 아니다. 시민으로부터 급여를 받는 직업 정치인이다. 급여를 받은 만큼 일해야 한다. 집행부가 사업비를 잘 사용했는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지역 현안에 대해선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의회 차원의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보인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은 결코 합격점수를 받을 수 없다. 또 시민의 선택을 받은 시의원들이 진정 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것인지 의문까지 들게 한다.

 

몇 달 전 지방선거 때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고개를 숙여 표를 호소하던 시의원들의 모습과 행정사무감사에서 질문 하나 못하고 감사를 끝내는 시의원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시민들은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성 시의원보다는 과천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큰 그릇의 시민대표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형표 과천 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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