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 부활이 정답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과학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원천기술과 기초기술이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이를 토대로 산업기술이 자라고, 융합과 통섭을 통해 응용기술이 꽃을 피울 때 산업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국가와 민간 부문을 합한 우리나라의 R&D 투자액은 35조원으로 이미 OECD 7위에 올라 있다. 국제특허출원도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의 지식재산 창출 강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실속 없는 외화내빈이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원천기술을 포함한 대부분의 소요기술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스위스경영개발원(IMD)이 올해 발표한 지식재산 경쟁력이 58개국 중 32위에 머물렀다. 연구개발 투자에 걸맞은 지식재산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는 반증이다.

 

소규모 개방 경제(Small Open Economy)인 우리나라가 살 길은 과학입국밖에 없다. 이를 위해 미국, 일본, 독일 등 기술 선진국과의 국제공동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행이 다른 외국과의 기술협력이나 공동연구에 대한 법적, 제도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지난해 나로호 발사 실패와 관련해 추가 발사를 무상으로 할지 말지를 놓고 러시와와 논쟁을 벌여야 할 정도로 허술한 계약을 맺는 우(愚)를 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과학기술 입국은 과학기술분야의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할 때에만 가능하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명분으로 과학기술부를 없애버렸다. 원천기술과 기초기술을 관장하는 과기부를 ‘교과부 곁방살이’ 신세로 전락시켜 버렸다. 참여정부 시절 부총리가 수장이던 과학기술 총괄 업무를 교과부의 제2차관 업무로 강등시켰다. 산업기술과 응용기술은 지경부로 넘어갔다.

 

하지만 융복합시대의 산업현장에서는 이처럼 칼로 무 자르듯 기술이 구분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와 같은 이원화는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하고, 관리 체계의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만 초래할 뿐이다.

 

과학기술인들의 사기가 떨어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IT 경쟁력은 세계 3위에서 16위로 추락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과학기술의 컨트롤 타워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만시지탄이다. 하지만 처방이 또 잘못됐다. 지금까지 비상설 자문기구였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상설 행정위원회로 개편하고, 과학기술 전문가도 아닌 대통령이 직접 R&D까지 챙길 것이라고 한다.

 

이는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헌법 제83조는 ‘대통령은 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사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전문가 대부분을 현재의 교과부 제2차관 산하 조직에서 충원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현재의 교과부 산하 과학기술 관련 부서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모든 걸 챙기겠다는 만기친람(萬機親覽)도 문제지만, 자신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자시지벽(自是之癖)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대통령이 가져온 문제가 어디 한두 가지인가. 고환율정책, MB물가지수, 4대강 토목공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고환율정책으로 대기업만 살찌우고 ‘키코 피해’ 등으로 중소기업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MB물가지수는 어떠한가. 배추 값이 오른다고 양배추 김치를 먹자는 발상은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연상케 한다. 4대강 토목공사로 인해 일자리, 교육, 보육, 복지, 중소기업, 농어민 예산이 줄어든 것은 국민적 상식이 된 지 오래이다.

 

대통령이 진정 과학기술을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대통령이 할 일은 컨트롤타워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사기를 북돋워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조직법을 고쳐 과학기술부를 부활시키는 것이 정답이다.

 

김 진 표  국회의원(민·수원 영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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