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분배는 유기적 일체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사회는 지난 10년간 두 차례의 경제적 위기를 맞으면서 많은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계층간의 불평등, 자살률, 빈곤율, 이혼율 등 모두가 세계 최고수준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 얘기하기에는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예비선진국이다. 그런데 고령화 사회에 따른 복지수요는 날로 늘어 지자체나 중앙정부의 예산보조가 시급한 실정이다. 국가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내년부터 소득하위 70%계층까지 보육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한다. 과연 대다수 국민의 70%가 중산층 이하인 서민가정에서 이 정책만을 믿고 아이를 더 낳을 수 있을까. 여타 다른 사회적 제약들이 동반 해결되지 않고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지금 당장 소득수준 3만달러 이상인 서구유럽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가져 올 수도 없고 이제 한국도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적 복지모델을 정립 할 때다.

 

먹거리 해결이 우선시되던 196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매학기마다 학교에서 텔레비전, 전화기 등 전자제품이 있는지 가정실태 조사를 했다. 60명 정도의 급우 중에서 서너 가정만이 텔레비전과 전화가 있었는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때는 대다수 가정이 빈부의 격차도 별로 없었고 집안에 아버지 혼자 벌어서 가정살림도 이끌고, 학비와 집장만을 위한 저축도 했었다. 물질적으로 조금 부족했지만 가족이 있었고 이웃이 있었으며 정이 있어 정신적으로는 풍요했던 것 같다.

 

50여년이 지난 2010년,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대다수 중산층 이하의 서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첨단 산업제품의 혜택과 풍요로운 문명의 혜택들을 보고 있다.

 

하지만 이 혜택들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는 방법들이 달라졌다. 혼자 벌어서는 살 수 없는 가정이 대다수이고 거의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 그러지 않고는 안정적 노후를 보장할 수가 없다. 계속 증가하는 사교육비, 내집마련, 실업의 공포, 치솟는 물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직장, 청년실업, 정년퇴직 후 갈 곳 없는 젊은 노인층들, 대기업에 밀려 몰락하는 동네 영세업종의 가게들….

 

이런 모든 현상들이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내 자신의 일, 내 이웃의 일이다. 옛날과 비교하면 정신적으로 더 공허해지고 예측불가능의 미래에 대해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이제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주어야 할 때다.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들을 감싸 안아야 할 시점이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한국형 복지제도의 큰 틀로 전환이 필요하고 개인 중심이 아닌 가족 중심의 복지제도가 탄생해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지원을 위한 방안, 생산적 복지를 위한 고용 연계형 복지, 줄어드는 세수확보를 위한 보다 진보적 정책이 나와야하며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대형사업들을 자제하고 국민들의 생활과 연관되는 일자리, 보육, 교육, 주거, 노후, 의료정책 등 복지에 힘써야 한다.

 

2010년, 지금까지의 ‘성장 대 분배’라는 대립된 이분법을 넘어 ‘성장 과 분배’는 유기적 일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대한민국은 놓여 있다.

 

김기준 용인시의회 복지산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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