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잦은 비로 수만여㎡ 도복피해 상품가치 잃어… 논 갈아엎거나 방치
가을걷이 포기한 화성 농가
“논을 갈아엎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마저도 기름값 때문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18일 오후 3시께 화성시 장안면 이화4리 A씨(53)의 논.
한창 추수로 바쁠 시기임에도 불구, 알알이 결실을 맺은 벼 대신 쭉정이만 가득 문 채 힘없이 쓰러진 벼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벼들이 썩으면서 고약한 냄새가 풍기고 날파리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는 A씨의 논은 그야말로 황폐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1만8천여㎡규모의 농사를 짓는 A씨의 논 가운데 방치되고 있는 논은 5천여㎡. 때문에 A씨의 속은 이미 타들어갈 대로 타들어간 상태였다.
인근 장안면 사곡5리에서 6만여㎡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는 B씨(70)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로 추수의 기쁨을 누리지도 못한 채 벼들을 방치하고 있었다.
B씨는 이같은 광경을 지켜만 볼 수 없어 매일 트랙터로 벼를 갈아엎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태풍 피해를 입은 2만2천여㎡ 규모의 논을 다 갈아엎으려면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수백여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B씨는 “상품가치를 잃은 벼를 두고만 볼 수 없어 논을 갈아엎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고 있다”며 “앞으로 이를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막막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태풍 곤파스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도내 농가들이 쌀 판로를 찾지 못하면서 도내 상당수의 논이 방치되고 있다.
도복피해를 입은 벼의 경우 추곡수매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데다 쌀가격 하락으로 일반 정미소에서조차 잘 판매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화성지역의 경우 1만4천ha의 논 중 1천230ha(8.7%)의 논이 태풍피해를 입은 것으로 신고됐지만 농민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농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목창환 화성시농민회장은 “화성지역 피해농민들 대부분이 쓰러진 벼가 가득한 논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나마 수확한 쌀도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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