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은 서민 건강 개선이므로 서민 부담 가중이 아니란 것이 보건복지가족부의 주장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서민층 반발의 요인이 된다며 인상을 반대한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을 금연에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에 한나라당은 부정적으로 보고 하는 말이다.
어떻든 연내 담뱃값을 갑당 2천500원에서 1천원을 더 올리고자 하는 보건복지부 제안은 되니 안되니 하고 한나라당과 승강이가 벌어졌다. 담뱃값은 2005년 500원이 오르고 나서 5년째 동결됐는데, 이듬해 노무현 정부에서도 역시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방안으로 인상을 추진했다가 그만뒀다.
담뱃값을 올리는 것이 금연의 요인이 되는지, 아니면 사는 게 힘들어 열불 나는 서민들이 담배조차 마음대로 못 피우게 되는진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건강과 관련짓는 것 역시 그렇다. 흡연이 건강에 이로울 건 없다. 백해무익하다. 하지만 상대적이다. 담밸 안 피워도 골골하거나 일찍 죽고, 골초인데도 별 탈 없이 오래 사는 사람이 있다.
장죽은 니코틴을 순화한 선조들의 지혜다. 길이 한 자가 넘는 긴 담뱃대는 절로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장죽을 비스듬히 누워 피우다 담뱃재를 재떨이에 ‘탕탕’ 치며 털어내는 것은 양반들의 일상적 멋이기도 했다. 부자가 마주앉아 이런 멋을 부릴 수 없어 생긴 것이 어른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풍습이다. 일본이나 서구사회에서 부자가 맞담배질을 하는 것은 그들에겐 일찍이 장죽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상민들은 장죽이 금지되어 대가 한 뼘쯤 되는 곰방대로 담밸 피웠다.
또 시작된 담뱃값 연내 인상설
각설하고, 담밸 안 피운 지가 이제 겨우 두 달이 넘는다. 안 피운다는 것은 아직 끊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려 3년이나 끊고도 다시 피우는 사람이 있고 보면 금연의 장담은 어려운 것 같다.
내가 담배를 안 피운 건 순전히 오기다. 담배 피우는 사람을 무슨 괴물 대하듯이 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턴 서울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이제 10만원을 물린다는 것 같다. 난생 처음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운 것은 버스로 기억한다. 새파랗게 젊었을 적이다. 그땐 버스 좌석에 재떨이가 붙어 있었다. 혐연권보다 끽연권이 우선이었다. 그동안 ‘춘풍추우’ 50년을 훨씬 넘게 피웠으면 어지간히도 많이 피웠다. 세태가 달라져 지금 버스 칸에서 담배를 피우다간 치도곤을 당할 것이다. 오직 혐연권만이 있을 뿐 끽연권은 철저히 무시되는 세상이다.
같은 정부 안에서 기획재정부 산하 담배인삼공사는 담배를 만들어 팔고, 보건복지부는 피우지 말라는 것도 이상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정부는 국민 건강에 해롭다는 담배를 전매품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개인 건강의 위해를 무릅쓴 흡연인들의 기여도(?)는 외면한다.
담뱃값 2천500원 안엔 지방세(행정안전부), 지방교육세(기획재정부), 건강증진부담금(보건복지부) 등이 갑당 도합 1천549원77전이나 들어 있다. 담배를 안 태우는 나의 오기는 바로 이 같은 돈을 더는 천대받아 가며 내기 싫어서다.
담배를 안 태운다니까 끊는 비결을 알려준다는 별의별 소리를 다 듣게 됐다. 담배 생각이 간절할 땐 맹물을 배가 뺑뺑해지도록 마셔두면 한동안은 담배 생각이 안 난다는 말도 있었다. 금연 보조품 권고도 받았다. 그러나 다 부질없다. 작심하기에 달렸다. 흡연은 습관이다. 금연은 습관의 거부다. 그리고 습관은 심신의 욕구다.
금연, 즐기는 맘으로 해야 가능
담배와 싸운다고 생각하면 심신의 흡연 욕구를 견뎌내기 어렵다. 담배와 싸운다기보다는 담배를 달래가며 참는 것이다. 처음엔 아침에 눈 뜨자마자 가는 화장실에서 한 대 피워 물지 않는 것이 허전하여 일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으나 습관 들이기에 달렸다. 담배 안 태우는 것을 고통스럽게 여기면 참지 못한다. 담배 안 피우는 것을 재미로 알면 한결 참기가 쉬워진다.
물론 문득 담배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화딱지가 나거나 글이 막혀 쓰여지지 않을 경우다. 책상 한 켠엔 두 달 전에 피우다 만 ‘에쎄’ 담배가 있고 라이터도 있다. 그러나 한 번도 손 댄 적은 없다. 하루 참고, 일주일 참고, 한 달 참은 것이 아까워 또 참곤 해 가며 넘어간다. 잘은 몰라도 끊게 될 것 같다. 정부가 담배 가지고 하는 짓이 아니꼽고, 흡연에 대한 사회적 냉대가 마뜩잖은 생각이 드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까 해서 담배 안 피우는 얘길 했다.
하루에 두 갑씩 피워 오천원이 들었으므로, 한 달에 십오만원이 절약된 셈이기도 하다. 나에겐 큰 돈이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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