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대청도 어민들 “꽃게 풍년인데 조업 못나가” 망연자실
4~5일새 피해어선 42척 … 피해액만 16억원 달해 생계 위협
백령도 앞바다에서 꽃게를 잡는 어민 김복남씨(50·옹진군 백령면 연화리)는 지난달 27일 오전 6시께 조업을 나갔다 망연자실했다. 꽃게를 잡는 통발틀 3개와 부표에 매단 박통 50개 등이 밤새 바다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꽃게는 10월부터 살이 오르고 알도 차면서 이제부터 잡는 꽃게가 실제 돈이 된다”며 “올해는 꽃게 풍년으로 조업을 늘려야 하는데 어구가 없으니 빈 손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날 어구 피해액은 개당 100만원인 통발틀을 포함해 500만원에 이른다. 하루 조업으로 꽃게 50㎏(시가 80만원)을 잡는 조업손실액을 포함하면 김씨의 피해액은 1천만원을 넘는다.
김씨가 어촌계장으로 있는 백령도 연지어촌계 어민 30여명 사정도 김씨와 다르지 않다.
옹진군이 지난달 29일까지 집계한 백령도와 대청도 등지의 피해 꽃게 어선은 42척이다. 이들 어선은 최근 4~5일 사이에 통발 360틀과 주낚 160바퀴 등이 훼손되거나 도난당했다. 어구피해액 5억7천만원에 조업손실액 10억원을 합치면 이번 피해액 규모는 16억원에 이른다.
어민들은 중국어선들을 의심하고 있다. 인천기상대는 지난달 25일 오전 5시를 기해 서해에 강풍주의보를 발효했다. 강풍주의보에 따라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 300여척이 백령도와 대청도 등지로 피항했다. 중국어선들은 강풍주의보가 해제된 지난달 27일 오후 늦게 돌아갔다. 중국어선들이 돌아가면서 어구를 훼손하고 훔쳐간 것으로 어민들은 보고 있는 셈이다.
현재 백령도와 대청도 어민들은 중국어선들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농림수산식품부와 인천시, 옹진군 등에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어민들은 중국어선들에 대한 무력 시위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옹진군 관계자는 “이전에 중국어선들에 의한 소규모 어구 훼손과 도난은 있었지만 대단위로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백령·대청도 어민들이 중국어선들의 행패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만큼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창열기자 tree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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