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中企 납품단가조정제 ‘겉돌아’

대기업 거래 단절 등 횡포에 단가인상 엄두 못내

중소기업조합에 “협의권 줘야” 목소리 높아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현행 제도가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 인상 요구시 대기업의 거래 단절 등 횡포에서 보호해 주지 못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제도 참여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도내 중소기업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납품단가조정협의제도가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조합은 신청만 접수하고 협의는 개별 업체가 하는 방식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 안산의 A주물업체는 최근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납품단가 인상이 절실한 상황에서도 원청업체에 납품단가 인상 요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납품단가조정협의제도 등을 통해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할 경우 결국 원청업체에서 거래를 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A업체 대표는 “제도가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어떻게 협의를 요구하겠느냐”며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제품 가격을 올려달라고 하면, 다른 곳과 거래하겠다고 나올 것이 뻔하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현행 납품단가조정협의제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 현실화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는 납품 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납품단가 조정을 요청시 원사업자가 이를 게을리할 경우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제재를 받은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9월29일 ‘대·중소기업동반성장 추진대책’을 발표했지만 이 대책에서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신청권만 주고 협의권을 주지 않는 등 중소기업계의 납품단가 조정 관련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하자 중소기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조합에 협의권을 주는 등 납품단가 조정제도 개선을 정부측에 요구했다.

 

도내 한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등의 횡포를 신고하면 오히려 제재를 받게 될까 두려워 신고도 못한다”며 “개별 기업이 아니라 조합에 협의권을 주어야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경우 도내 지방조합은 56개, 전국조합은 201개 등이 설립돼 중소업체들이 가입돼 있다.

 

이선호기자 lshgo@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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