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터전 잃고… 끝나지 않은 아픔

평택 대추리 사람들은 지금…

‘미군기지 확장이전이 평택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11시께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개펄을 간척한 토지에서 풍성한 수확을 했다는 뜻에서 유래한 마을 이름과는 달리 농민들의 넉넉한 풍년의 미소, 추수를 끝낸 황금 들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07년 2월26일까지 대대로 이어온 고향 전답을 지키기 위해 장장 935일간 촛불집회를 열었던 농민 투쟁가들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대신 ‘US Army Garrison(USAG) Humphreys Land Development And utilities infrastructure’라고 쓰인 대형 푯말을 중심으로 대추리 일대에 철제 펜스가 둘러싸여진 채 토목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덤프트럭을 비롯한 각종 건설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굉음과 먼지를 내며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같은 시각 대추리에서 10여㎞ 떨어진 또다른 대추리는 추수를 끝낸 전형적인 농촌마을 모습이었다.

 

행정구역상 이름은 평택시 팽성읍 노와리이지만 평생을 살아온 대추리를 떠났어도 여전히 그 울타리 안에서 살고픈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대추리’라고 쓰인 비석을 세웠기에 노와리가 아닌 평화마을 대추리로 불리고 있다.

 

지난 2007년 3월 정부와 이주에 합의한 뒤 근처 송화리 포유빌라로 임시 이주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9만9천여㎡(3만평)의 이 땅으로 마지막까지 싸웠던 60가구 중 45가구가 이사했다.

 

수많은 전답 팔아 남은 건 이주단지 집이 ‘고작’

 

대부분 공공근로 의존… 그것마저 올해로 ‘끝’

 

대토로는 도움안돼 일부는 빚더미 올라 ‘막막’

 

평택시와 국방부가 마을 터를 닦았고 주민들이 자비로 땅을 사 건축한 이주단지는 외국의 전원주택을 연상케 할 정도로 예쁘고 깨끗했다. 집집마다 정원은 물론 태양열 전지판도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대추리의 수많았던 전답을 팔아 마련한 것은 고작 집이 전부로, 마을사람들은 농토가 없어 대부분 공공근로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부 농민들은 빚더미에 오른 실정이다.

 

현재 벼농사를 짓는 가구는 45가구 중 4~5가구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80만~90만원의 생계비를 버는 공공근로마저 올해가 마지막이어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가고 있다.

 

주민 오정환 할머니(72)는 “대추리에는 7천여평의 논과 밭이 있어 다른사람에게 땅을 빌려주기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풍족했지만 이제 집과 100여평 받은 대토가 전부”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농민들을 죽이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아울러 대추리 주민들을 내몰며 추진되고 있는 주한미군기지 이전 확장사업도 정부지원 및 민간재원 조달 등 사업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초 준공연도가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지연되면서 평택시 경제가 파탄위기를 맞고 있다.  최해영·박수철기자 scp@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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