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일거리 끊겨… 연말 ‘부도 대란설’ 흉흉
요즘 건설업 관련 업계에선 “많이 바쁘시지요”가 인사말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거리가 없어 한가하다는 사실을 서로 잘 알고 있지만, 일이 많아져 바빠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건네는 위로의 표현이다.
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최악의 상태가 지속되면서 건설 관련업계 ‘보릿고개’도 높아만 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에 아파트 내장 가구를 납품하며 연평균 매출 50억~60억원을 올리던 중소기업인 S사 대표 정모씨(45)는 1년이 지나도록 한숨을 달고 다닌다.
지난해부터 일거리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데다 제살깎기식 입찰 경쟁으로 순이익 2~3%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요즘은 그나마 일시적으로 일이 있어 잔업도 하고 있지만 순이익이 거의 없어 공장 매입 시 얻은 은행 대출금 이자도 내기 벅찰 정도”라며 “공장을 처분하고 임대를 얻어 들어가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창호 시공 소규모 기업인 D사 사정은 더 좋지 않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부터 2차 하청을 받다 보니 마진을 따질 형편도 되지 않아 일거리를 받기도 힘든 실정이다.
어렵게 일거리를 얻더라도 납품 대금으로 받은 어음의 금융비용을 제외하거나 부도를 맞으면 마진은 커녕 적자를 보기 일쑤이다.
건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상황은 죽지 못해 살고 있는 형편으로 이 상태로 버티기는 죽는 것 보다 더 힘들다 ”며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는 옛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건설 관련업계는 “건설사인 원청업체나 하청업체 구분 없이 경영한계에 부딪치면서 연말 부도 대란설까지 나돌 정도로 주택시장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제홍기자 jhyou@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