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물’이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다. 한 평범한 여성이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통해 현실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이상향을 그리고 있어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드라마는 허구다. 지어낸 이야기다. 현실상황과도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한국 정치사의 뜨거운 장면들을 떠올리게 하고 정치권과 검찰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초선의원 서혜림과 시골검사 하도야가 정치권 비리를 파헤치는 장면을 보며 국민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통쾌해 하고 있다.
특히 서혜림은 국민이 원하는 국회의원 모습을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하도야 검사는 정의로운 검사의 표상을 보여준다. 검찰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정치인은 매도하는 것 같아 ‘정치인이 다 똑같진 않은데’ 하면서도 정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서혜림이 국회 등원 첫날 “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노력하며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 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나는 그 순간 지난 3년간의 의정활동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에 대해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국민 여러분이 희망이다. 회초리를 들어 말 안 듣는 정치인을 때려주셔야 한다. 정치인의 오만불손한 버르장머리를 타이르고 가르쳐야 한다.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셔야 한다”고 호소하는 장면에서는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는 어떤 모습인지, 국가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 매니페스트 실천, 클린선거 등 여론에 귀 기울이고 국민을 존경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민을 위한 자기소신과 판단으로 의정활동을 펼쳐달라는 부탁이며,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국회의원이 돼달라는 부탁이다. 대물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들이 많다.
이 드라마에서 서혜림은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된다. 극중 그녀가 구축해 나갈 정치가와 대통령의 상은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는 이상형에 가까울 것이다. 때로는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는 철학자이고, 때로는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행동가이며,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중재자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능력과 자질이 뛰어나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행복을 지켜주겠다는 의지가 배어 나와야 한다. 국민들은 그런 정치가, 그런 대통령을 기다린다.
칠레에서 근 70일 동안 갱도에 갇혔던 광부들이 무사히 구조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 사는 이방인이 울컥해진 이유가 뭘까? 대통령부터 철모르는 어린아이까지 인종과 소득을 불문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귀한 생명들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는 그런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는 걸까?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역설적으로 서혜림에게, 드라마 ‘대물’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정치를 불신하고 정치인이 타락했다고 손가락질 하고 있다. 하지만 나라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은 정치이다. 정치인은 국민 한 사람이라도 더 목소리를 찾아 듣고 이를 대변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국민은 정치인이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때로는 회초리를, 때로는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드라마 ‘대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김태원 국회의원(한·고양 덕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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