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의 미로?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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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탄압”이란 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의 말은 생떼다.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란 그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오만의 극치다. 청목회의 3억원대 입법로비와 관련, 이미 청목회 간부 3명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의 피의사실 상대가 민주당 등 11명의 국회의원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 돈받고 법을 특정집단에 유리하게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국민사회는 손뼉을 친다. 염치없는 그런 국회의원은 엄벌에 처해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정서다. 검찰이 뒤늦게 나마 ‘그랜저 검사’에 대해 자정적 재수사를 하기로 한 것도 환영 받는다. 검사가 사건을 두고 받은 그랜저 승용차를 검찰이 뇌물이 아닌 선물로 보고 무혐의 처분한 당초의 사건처리가 잘못된 것이다. 그랜저 승용차가 선물이 될 수 없는 것은 사회적 통념이다.

 

검찰이 잘하고 못하는 것

 

그런데 검찰이 욕 얻어먹어도 싼게 민간인 사찰의 대포폰에 관한 건이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과정서 청와대 행정관이 제공한 대포폰에 수사가 미진했다는 것은 정치권만이 아닌 국민사회의 객관적 시각이다. 한나라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으나 청와대 측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더 기소할 것이 없다”는 것은 법무부 장관 이귀남의 말이다.

 

문제는 대포폰이 이용된 사실이다. 혹은 대포폰이 아니고 차명폰이라고 강변하지만, 굳이 실명폰이 아닌 것을 쓴데는 뭔가 켕기는 게 없다 할 수 없다. 대포폰이든 차명폰이든 떳떳하지 못한 폰이 동원된 것은 시인하면서, 별 게 아니란 것은 설득력이 없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청와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는 관측이 있다. 그 정점을 대통령의 형님으로 보는 배경 때문이다. 다음 인용문은 한겨레신문이 지난 16일자에 보도한 기사 내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15일 최근 불거진 불법사찰 배후 논란 등과 관련해 “날더러 대통령 형님이니까 99%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99%가 아니라 100%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략) “내가 (중략) 사찰의 원흉이라는 말까지 있다”며 “오직 국익만 생각해 일을 하는데, 정말 답답해서 복장이 터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윗선으로 지목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략) 이 의원은 리비아 한국인 억류사태 해결에 나선 일로 관련해 “리비아가 부족국가라 연장자를 존중하는 풍토가 있다는 것을 알고 특사로 갔다”며 (중략) “국익을 위해 일하는 데 형님이 왜 나서냐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고 말했다. (후략)’

 

MB의 짐되는 ‘형님’ 문제

 

국회의원 이상득이 언필칭 국익을 위한다는 것은 좋지만, 인간사엔 입장 이란 것이 있다. ‘군자는 오해 살 일을 안 한다’는 것은 옛 성현의 일깨움이다. 왕위를 아우님에게 내준 양녕대군이 평생 천하주유를 일삼은 것은 그가 도성에 있음으로 하여 미치는 아우님 임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아우님 대통령께서 형님 국회의원 더러 국익을 위해 일해달라고 했는 지, 형님이 자청한 것인 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떻든 대통령 형님은 대통령의 짐이다.

 

의문은 대통령 형님의 하소연대로 불법사찰의 윗선이 아니라면, 대포폰 진실 규명의 재수사를 청와대는 왜 꺼리고 검찰은 왜 안 하느냐는 것이다. 이를 뒤집으면 꺼리고 못할 사정이 있어서 안 한다는 것이 된다. 어느 조폭 두목이 교도소 안에 있으면서 대포폰으로 조직을 관리 했다더니, 대포폰 비선이 화근이다.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이젠 청와대가 무슨 말을 해도 대포폰에 관한한 곧이 듣기 어렵게 됐다. MB는 꽤나 부지런하다. 나랏일 또한 열심히 한다. 이런데도 좋은 소릴 못듣는 것은 ‘형님’에 대한 부담에도 연유가 있다. 대포폰 재수사가 끝내 불발하면 더 말 못할 속내가 있어 마냥 세월속에 묻히기만 기다리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야당 탄압’이란 당치않은 목소리가 더 커지게 된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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