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약탈한 우리 문화재 아직도 많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이 지난 14일 ‘일본이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 1천205건을 인도’한다는 협정문에 정식 서명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때 도서 반환 협정식을 마친 뒤다. 6개월 안으로 문화재급 도서들이 돌아오게 된 건 고무적이다.

 

‘수탈’이 ‘유래’로, ‘반환’이 ‘인도’로 표현된 협정문구가 유감이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수탈해 간 문화재들이 일부나마 돌아오게 된 건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약탈 문화재를 되찾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조선왕실의궤’ 81종 167권, 규장각 도서 66종 938권, 증보문헌비고 2종 99권, 대전회통 1종 1권 등 150종 1천205권은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은 도서들이다. 조선왕실은 물론 개인문집, 역사서, 지리서, 정치사상서, 문학사 등 다양한 종류가 망라된 서적들이다. 이 중 무신사적, 을사난정기, 갑오군정실기, 경세보편, 박씨순충록, 청구만집 등은 국내에 없는 유일본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동일한 종류의 책이 있지만 판본이 다르거나 일부만 전하고 있어 반환이 되면 전질이 될 수 있는 도서도 180권에 이른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반환 대상으로 기대를 모았던 경연인(經筵印) 17권, 제실도서지장(帝室圖書之章) 375권이 제외됐다. 이들 도서는 각각 1891년, 1903년 이전부터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일본 측은 통감부와 총독부 시기에 반출된 도서만 돌려주겠다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반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이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해 반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번 반한으로 일본 유출 문화재 환수의 물꼬는 텄지만, 모두 10만여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나머지 문화재의 반환까진 앞으로 할 일이 많다. 난관도 예상된다. 유출 과정이 밝혀지지 않은 문화재도 적지 않으며, 불법 유출이라 해도 국가나 공공기관이 아닌 개인 소유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민간 단체가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에 적극적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문화재청에 아직까지 문화재 환수 업무 전담부서가 없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부와 민간이 협조하여 약탈 문화재 반환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해외 유출 문화재 반환에 가일층 노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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