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땅에 사랑 나눔 “땡큐 꼬레아”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 아프리카 민간외교 현장을 가다

“땡큐, 꼬레아. 갓 블레스 유! (한국에 감사합니다. 당신들을 축복합니다)” 가난과 질병의 검은 대륙에서 희망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는 아프리카, 그 기적의 시작에 한국이 있다. 한국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1990년을 기점으로 세계적 구호단체 월드비전을 통해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 경기일보는 월드비전 한국 경기지부와 함께 14년째 학교설립, 식수지원 등 각종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본보는 현장의 지원내용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 등 민간외교 현장을 4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한낮에도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너무 낮고 좁아 허리를 펴고 서있기조차 힘든 집. 그 안에서 하루 한끼 옥수수죽을 먹으며 가축과 함께 살고 있는 9명의 식구들.

 

최근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케냐 북부 로로키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나사카(17·여)는 이 가족의 장녀로 외할머니와 이모, 동생들, 그리고 딸과 함께 지내고 있다.

 

나사카는 2년 전 병으로 부모를 연이어 잃고 외할머니와 5명의 동생들과 힘겹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부모가 남기고 간 양 몇 마리가 재산의 전부였다. 온종일 호수에서 물을 길어오고 양을 치면서 허허벌판에 우두커니 솟아 있는 다 스러져가는 집을 지켰다. 그러던 어느날 밤, 아무 것도 없는 이 집에도 강도가 들이닥쳤다. 노쇠한 할머니와 어린 아이들 중 강도에 저항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날 나사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열달 뒤 그녀의 딸이 태어났다.

 

극심한 가뭄 겪는 케냐 로로키

 

도민 후원으로 학교·우물 선물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겪어낸 탓인지 마치 세상을 다 알아버린 듯 초연하면서도 공허한 나사카의 눈망울. 하지만 이런 나사카의 눈빛을 반짝이게 하고 그녀의 얼굴에 미소를 찾아준 곳이 있다.

 

바로 학교다. 월드비전 한국이 지원하고 있는 지역개발사업으로 인해 나사카의 마을에 학교가 세워졌고 책상이 생겼으며 교복도 입을 수 있게 됐다. 학교안에 설치된 우물로 인해 몇 시간을 걸어 물을 길어와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

 

나사카는 “학교에 다니는 게 좋다. 내 동생들도 좀더 자라면 모두 학교에 다닐 수 있길 바란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이나 의사가 돼 우리 가족이 다 잘 먹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그나마 희망이 남아 있는 곳은 구호의 현장이었다. 경기일보의 지속적인 캠페인과 도내 학생들의 지원, 도민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학교와 깨끗한 식수가 아프리카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월드비전 케냐 로로키 지부장 찰스 카수라는 “이 지역 아이들 27%가 학교에 가는 대신 집안일과 유목을 하고 있으며 에이즈 등으로 부모를 잃고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며 “월드비전은 한국 후원자들의 소중한 돈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지역개발사업 및 교육활동을 통해 아프리카의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본 기획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