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온다. 여의도 정가는 예산 전쟁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기에 한창 바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12월이 되면 길거리에는 구세군 냄비에서 나오는 종소리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음을 느낀다. 우리는 봄, 여름, 가을을 다 보내고 겨울이 와서야 겨우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임명 후 얼마 안 돼 ‘노인 무임승차’ 발언에 진통을 겪었다. 김황식 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 탑승을 무료로 하게 하는 것은 과잉 복지”라고 말해 질타를 받았다. 실언 논란은 김 총리의 사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매우 실망스럽다.
김 총리가 질타당한 이유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언뜻 봐서 부자에게 지하철 탑승권을 제공하는 것이 세금 낭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는 예방적, 사전적 대응책이라는 면에서 효율적이다.
에너지 역시 보편적 복지, 즉 권리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에너지는 상품을 넘어서서 국민의 기본 권리이다. 선진국의 경우 1, 2차 석유파동을 겪은 후 에너지 복지 정책을 추진해왔다. 특히 2004년부터 시작된 고유가로 인해 세계적으로 에너지 빈곤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제고됐다. 각국은 에너지 복지 정책을 통해서 저소득층 복지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고용 창출이라는 효과를 얻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복지 중 가장 눈에 띄는 주택단열지원 사업은 1976년 시작된 이래 약 620만 가구가 서비스를 받았고, 연간 에너지 절감 비용이 가구당 45만원가량 된다. 브라질은 냉장고 교체라는 실용적인 측면으로 접근했다. 2002년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약 15만대의 구형냉장고를 교체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복지뿐만 아니라 오존층 파과물질인 염화불화탄소를 감축하는 데 큰 효과를 보았다. 또한 불법 전력망 연결이 감소해 안정적 전력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소득 대비 에너지 비용 부담이 10% 이상인 가구를 에너지 빈곤가구로 정의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에너지 빈곤층이 약 130만가구로 증가추세다. 저소득층은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에 비해 주택단열 상태가 열악하며, 이러한 상황에 대비할 저항력 역시 약하다. 또한 빈곤층이 많은 도서지역 등의 경우에는 가격이 저렴한 도시가스 파이프 라인이 깔리지 않아 도시가스 혜택을 보지 못한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 지식경제부로부터 제출받은 ‘2009년 도시가스 보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가스 보급률 전국 평균은 68.1%이다. 서울시는 87.7%, 대전시 85.9%, 광주시 84.4%, 인천시 84.2% 등으로 시 단위에서는 평균을 훨씬 웃돈다. 반면 전라남도는 29.5%, 강원도 33.9%, 충청남도 39.1%로 우리나라 평균 보급률의 반토막 수준이다.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역에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건물에 사는 네 식구가 밝힌 겨울 난방비는 월 60여만 원이다. LPG 값으로 약 40만원을 부담했고, 전기료가 약 20만원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받는 최저생계비 80만원 중 75%가 에너지 사용료에 쓰인 것이다.
게다가 지난 3월에 시행하려다 보류된 LPG 가스요금의 원가연동제가 시행될 경우, 이들은 에너지 사용료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에너지 빈곤층은 점점 더 사각지대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 빈곤가구를 2013년까지 89만 가구, 2030년에는 0%로 축소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에너지 복지법이 입법예고를 하고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는 단계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에너지 복지 대책이 필요하다.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뿐만 아니라, 주택소비효율 개선 및 에너지 저감 기술 보급 등 좀 더 복합적인 해법이 철저하게 준비돼야 한다.
김 영 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민·안산 상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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