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관광 ‘외국인 관광객 800만명’

흔히 관광을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한다. 굴뚝이 없지만 수출산업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은 산업이라는 의미다. 이런 관광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묘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고 관광수입이 관광지출보다 많으면 효자 산업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보다 더 많이 나가면 관광 지출이 늘어나 국제수지를 악화시켜 문제 산업으로 부각된다.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입국하려던 외국인 수학여행단이 예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관광학회에서 내년에 계획하는 국제행사에도 외국인 참가자들이 주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11월의 마지막을 하루 앞둔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외국인 관광객 입국 800만명을 환영하는 행사가 개최됐다. 방한 관광객이 방문을 취소하는 상황에서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뜻 깊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안쓰럽다.

 

연평도 포격 이후 방한 취소 늘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100만명을 처음 기록한 해는 1978년이다. 이후 매 10년을 전후하여 대략 2배씩 증가해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200만명을 기록했고, 10년이 경과된 1998년 외국인 관광객 수는 400만명을 기록했다. 2002년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는 매년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이 세간의 관심을 끌다 2008년에 깨졌듯이, 10년을 주기로 2배씩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 배증의 법칙’도 2008년에 깨졌다.

 

그러나 2000년 외국인 관광객 수가 500만명을 넘은 뒤 2005년 600만명 2010년 말이면 8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 수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에 1천2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빗나갔지만, 2012년에 1천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현재 속도라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0년에 외국인 관광객 2천만명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장기계획도 결코 장밋빛 청사진만은 아닐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관광객 수와 관광수입의 관계는 어떠한지 짚어보고자 한다. 2001년 6억8천670만명이던 세계 관광객 수는 2009년 8억7천970만명, 국제 관광수입은 2001년 4천640억불, 2009년 8천520억불을 기록했다. 지난 9년간의 국제관광객수에 관한 통계지표를 살펴보면 2001년 -0.4%, 2003년 -1.7%, 2009년 -4.3%로 3개년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뿐 플러스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다.

 

관광산업 살리기 온국민 힘 모으자

 

국제 관광객 수 및 국제관광수입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해는 대체로 전 세계 경제가 어렵거나 국제 분쟁 및 사스와 같은 질병이 확산되어 여행에 대한 욕구가 억제된 해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세계경제의 침체로 2008년 9천420억불이던 국제관광수입액은 2009년 8천520억불로 -9.6% 감소되었다. 관광산업이 세계 경제 및 환경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은 21세기형 산업이며 평화산업이다. 태국의 정세가 혼미해지면서 관광객이 태국 방문을 주저했듯이,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있으면 관광객들은 방문을 꺼려한다. 이번 연평도 포격이 우리 경제는 물론이고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관광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았으면 한다. 2020년 외국인 관광객 2천만명 시대가 반드시 도래할 것을 기대하며!

 

한범수 한국관광학회장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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