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오층석탑 이천시민 품으로

최근 일본 정부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서 약탈해 간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천205책을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현재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공식 집계된 것만 6만점이 넘고, 개인이 소유한 것까지 포함하면 30만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마냥 반갑고 환영만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구나 일본 동경의 오쿠라 호텔 뒷마당에서 고국으로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있는 이천오층석탑을 생각하면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천오층석탑은 높이가 6m48cm나 되는 크고 웅장한 석탑으로 이천 향교근처 절에 있었던 것을 일제 강점기에 약탈해 간 후 일본이 자국의 중요 미술품으로 등재할 정도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탑이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자산이자 우리 이천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이천오층석탑 환수운동은 지난 2003년에 발행된 이천문화원의 계간지에 이천오층석탑이 소개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때 시민들이 이천오층석탑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천출신의 재일교포 한 분이 지금 세대에 우리가 석탑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선조들과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환수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하면서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석탑환수위원회를 조직하였고 여기에 우리 시에서도 관심과 지원을 하게 된 것이다. 시민들과 함께 석탑이 돌아올 것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는 의지를 어떻게 모아내고 또 어떻게 알려나갈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선택한 방식이 바로 범시민 서명운동이다.

 

어찌 보면 가장 흔한 방식이지만 가장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1천 년 전 우리 선조들이 하나하나 정성을 모아 석탑을 만들었던 것과 같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서명을 통해 후손들의 정성과 마음을 모아보자고 시도했던 것이다.

 

물론 시민 한분 한분을 만나 설명하고 서명을 받아내는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34개 참여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그리고 이름 없이 참여한 수많은 자원 활동가들이 있었기에 목표한 서명운동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렇게 모인 10만9천여 명의 서명지를 500페이지 분량으로 제본해 책으로 묶어보니 자그마치 23권이나 됐다. 이천시민의 절반이 넘는 대단한 숫자였다. 서명지 사본을 하나 더 만들어 오쿠라 재단 측에 들이대니, 과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단합된 시민의 힘이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현재 오쿠라 재단은 석탑을 이천에 돌려줄 수도 있다며 입장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다만 석탑이 개인소유가 아닌 재단의 소유이고 국가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 간의 문제로 접근 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쿠라 측이 일본 정부로 공을 떠넘겨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석탑환수위원회와 이천시가 한마음으로 해결의 의지를 보이는 만큼 반드시 환수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절차를 밟아 차근차근 풀어나갈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이천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모여 완성된 서명부가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고 확신한다. 10만 9천여 명이 참여한 범시민 서명운동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의 결과는 결코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단계는 아니지만 지금 시청 옆 이천아트홀 마당에는 석탑이 돌아와 자리 잡을 수 있는 터가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21만 이천시민 모두는 이천오층석탑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시민 앞에 당당히 서는 그날까지 하나 된 마음과 확신을 가지고 노력해 나갈 것이다.  조병돈 이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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