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인도네시아의 메가와띠 전 대통령이 한국에 왔을 때 고 김대중 대통령 측의 통역을 한 적이 있다. 메가와띠 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수까르노의 딸이다. 영빈관에서 저녁 만찬을 하는데 놀랍게도 메가와띠 대통령은 젓가락을 매우 자유롭게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희호 여사께서 ‘아니 어떻게 외국 사람이 젓가락질을 저렇게 잘하냐’고 물어봐 달라고 하셨다. 메가와띠 대통령은 수줍게 웃으면서 우리 아버지는 우리가 아주 어릴 때부터 세계 모든 나라의 음식 먹는 도구를 쓸 줄 알아야 한다며 교육시키셨다고 대답했다. 그때 ‘역시 상류가정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이 젓가락을 잘 쓰는 경우는 드물다. 베트남 인력이 머리가 좋다는 말들을 하는데 나는 중국의 지배를 천 년씩 받은 베트남이 동남아에서 젓가락을 쓰는 유일한 민족임과 관련짓곤 한다.
우리 아이들이 밥을 먹는 것을 잘 살펴보면 식탁 예절을 잘 지키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이미 젓가락질도 우습게 하는데 후루룩거리며 먹든지, 흘리며 먹든지, 쩝쩝거리며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 이런 습관을 고치기도 지적하기도 매우 힘들다. 부부라도 그런 지적을 당하면 “당신도 그러거든?” 하면서 싸우기 일쑤다. 그러니 어릴 적부터 부모가 바른 습관을 들여 주는 것이 최고라 하겠다. 쩝쩝거리지 않는 것만 해도 국제 식탁 매너를 지키는 것이다.
교육은 밥상머리에서부터 시작한다. 학교에서 아무리 책으로 배워 봤자 고쳐지지 않는 것은 엄마가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당근은 지용성이니 기름에 볶아 먹는 게 영양 흡수율이 좋다는 말은 밥상머리에서 엄마에게 조근조근 배우는 것이 백 번 낫지 복잡한 급식실에서 아이들에게 자리를 배정하는 데 바쁜 교사에게 배우기를 기대할 수 없다. 엄마가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혁신교육인 이유가 이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공부보다 인성교육이 먼저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처럼 우스운 말도 없다. 그저 암기하는 공부를 하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지 자신의 호기심에 의하여 공부를 제대로 하면 인격이 생긴다. 공부와 인성교육은 따로따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논술시험을 본다고 하면 논술 과목이 생겨버린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하다 보면 논술도 잘하게 되는 것이지 논술시험을 본다고 논술 과목이 생기는 나라가 전 세계에 어디 있는가? ‘논술’이 아닌 ‘논술 과목’을 배웠으니 대학생이 돼도 여전히 글을 못 쓰는 게 아닐까? 논리를 키우는 법은 어려서부터 부모가 논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최고이다. 어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유치원부터 ‘효’를 가르쳐야 한다고. 효를 가르치고 싶으면 내가 효도를 하며 아이들의 모범이 되면 되는 것이지 ‘효’ 과목을 만들어 가르치면 안된다.
부모들은 아이가 해달라는 것을 모두 해주면 버릇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조건을 달기 때문이다. 이번에 1등하면 무엇을 사주겠다는 약속은 아이가 목적을 이루고 선물을 받았을 때 부모에게 감사한 마음을 사라지게 한다. 있는 그대로 아이를 사랑하고 칭찬할 때는 확실하게 해 보라. 아이에게는 자랑할 엄마가 없으면 100점 맞은 시험지가 아무 쓸모가 없다. 50점을 맞아도 믿어주는 엄마가 있으면 아이는 언제나 당당하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이라는 ‘백’ 덕분으로 성적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존감 높은 아이가 된다.
아무 조건 없이 사랑을 차린 밥상머리 교육을 부모에게 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며, 점수만 좋은 가짜 실력이 아니라 진짜 실력을 가진 아이가 된다. 밥상머리 교육은 부모의 사랑이며 이것이 혁신교육이다. 최인혜 오산시의회 부의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