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엔 햇볕 드는데… 수도권 ‘꽁꽁’

올 4분기 분양 실적

겨울철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지방 분양시장과 달리 수도권 분양시장은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수도권 거래량과 집값 등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분양시장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분양시장의 고전은 미분양 주택 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아직 주택시장의 바닥론을 거론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와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4분기 동안 수도권 신규분양 19개 단지 중 3순위 내에서 전 주택형이 마감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오지 않은 ‘제로청약’ 단지는 4곳으로 순위 내 마감 단지보다 많았다.

 

수도권의 부진은 지방 실적을 대비하면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다.

 

같은 기간 지방에서는 7개 단지가 3순위 마감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 중 1순위 마감 단지는 절반 이상인 4개로 집계됐다.

 

최근 청약 열풍지로 부상하고 있는 부산 외에도 광주와 제주의 뒷받침이 있었던 결과다.

 

이달 실적도 비슷한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

 

저렴한 분양가 등의 다양한 전략으로 소비자 잡기에 나선 ‘역촌 센트레빌’과 ‘고척 월드메르디앙’ 등 수도권 4개 단지는 모두 미달사태를 면치 못했다.

 

반면 지방에서는 ‘전주 하가지구 진흥더루벤스’의 5개 주택형 중 4개가 2순위 내에서 마감되며 지방 청약 열풍을 이어 나갔다.

 

이처럼 수도권 분양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수요와 공급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 지방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지난 2007년 이후부터 올 상반기까지 신규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다. 3년여 간의 시간 동안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최근 공급물량이 불티나게 잘 팔리는 것이다.

 

광주와 제주 등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매년 꾸준히 신규아파트가 분양됐다.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이 공급량을 축소시켰지만 신규공급은 꾸준히 이어졌다.

 

공급 누적에 피로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더 이상 신규아파트 분양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세하면서 수요자들의 보수적인 태도가 더욱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수도권과 지방 분양시장이 지금과 비슷한 행보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 관계자는 “수도권 수요자들은 지방 수요자와 다르게 여전히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비슷한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형복기자 bo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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