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형님 예산 대신 서민 위한 추경을

지난 12월8일, 2011년도 예산안이 한나라당의 강행 날치기로 통과됐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예산안이 모두 날치기로 통과됐다. 과거 유신 정권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국회에서의 예산안 처리는 여야간의 이견 조정을 위해 법정 기한을 넘겨 처리된 적이 있지만, 언제나 여야간의 합의를 통해 조정된 안을 의결했었다. 법정 기일 준수라는 작은 원칙은 지키지 못했지만,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는 지켜냈었다.

 

우리나라는 삼권분립을 통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각기 자기 역할을 하면서도 서로 견제와 협력을 통해 균형을 잡아가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다. 입법부에서 행정부가 독단에 빠지지 않도록 견제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행정부가 사용할 국가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이런 예산 심의 의결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일사천리로 이뤄졌다면 더 이상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 의한 독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번 정부에 들어와서 처리된 모든 예산안은 정부의 예산안을 국회에서 제대로 검토도 못하고, 여당의 강행으로 처리된 것이다. 여당 측은 예산안 강행 처리를 위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작전을 세우고 이에 따라 진행했다.

 

여당은 예산 통과 이후 자신들이 정의를 위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점검하고, 조정하느라 새벽까지 예산심의를 했던 야당의원들은 불의를 행했다는 것인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복지 예산을 지키려 했던 야당 국회의원들은 부정하다는 것인가?

 

대통령과 여당에 의해 날치기 통과된 예산은 역시나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처리된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답답하고, 안타까운 부분은 방학기간 중 결식 아동들에게 지원되던 급식비용 예산이 모두 삭감된 것이다. 40만명 이상의 아이들에게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기간 중 점심을 주던 예산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큰 금액도 아니다. 2009년에 542억원, 2010년에는 285억원이 배정되었던 예산이다. 날치기 통과된 2011년 예산 310조의 0.1%면 된다. 영부인의 관심사업이라는 한식의 세계화 사업 중 하나인 뉴욕에 한식 레스토랑 짓는 예산이면 충분하다.

 

사라진 예산은 결식아동 급식비 뿐만이 아니다.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던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금도 삭감이 되었고, 장애아 무상교육 보조금도 삭감이 되었다. 국민을 위한 복지 예산은 사라진 대신, 형님 예산만 늘어났다. 3년간 지원된 예산이 1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예산이 통과된 이후 대통령은 2011년도 예산안은 서민들에게 복지혜택을 확대했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했다. 밥 굶는 아이들이 있고, 애들 키우기는 어려워졌는데 어떤 복지혜택이 확대되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여당에서는 해당 예산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조달할 부분을 국고에서 지원해줬던 한시적 예산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지나갔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지자체의 재정은 2년 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취약하다. 지자체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국민 복지를 포기한다는 말이다.

 

올해 예산안이 벌써 통과되었으니 더 이상 방법이 없고, 차년도 예산에 다시 고려하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말자. 이 말은 우리 아이들을 일 년 동안 굶기고, 아이들을 일 년 동안 낳지 말고 기다리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의 소리에 따라 야당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예산을 삭감하고, 특혜로 지원된 형님 예산을 없애서 국민을 위한 복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빨리 추경 예산을 통해 우리 아이들을 굶주림과 전염병에서 지켜내자.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한 나라를 만들어 주자. 그게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의 최소한의 소명이다.

 

정장선 국회의원(민·평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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