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서 즐기는 핸드드립 커피의 맛

남양주 커피 전문 하우스 ‘고당’(高堂)

남양주엔 다산(茶山)이 있다. 1796년 승지, 1795년·1799년 병조참의 등 조정의 주요직을 두루 섭렵한 정조의 ‘숨겨둔 남자’였던 정약용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옛 선비들의 풍류를 만끽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주말이면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로 넘쳐난다.

 

특히 선비들의 풍운을 느끼되 입맛은 도시인들의 향취를 조화롭게 매치한 곳이 있다고 해 찾아간 고택에선 예상치 못했던 커피향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로 팔당호반을 끼고 돌아 만날 수 있는 한옥 테마 커피 하우스 ‘고당’이다.

 

고당을 찾아가는 여정은 6월10일,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속에 시작됐다. 수원에서 출발, 이른 더위에 지친듯 그릉대는 자동차 에어컨에 의지해 서울외곽을 돌아 하남으로 빠져 국민의 젖줄, 한강의 두물이 만나는 남양주 호반으로 들어서니 의외로 1시간이 채 안 걸렸다. 짧은 거리에 내심 놀라며 팔당호반을 옆에 끼고 창문 가득 들어오는 물 내음을 맡으며 조안면사무소 맞은편에 자리한 고당에 도착했다.

 

남양주 토박이로 서른 둘과 서른 셋, 연년생인 김태훈·지훈 형제가 운영하는 고당은 1만5천㎡에 달하는 부지내 1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위용있는 솟을대문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서자 주인장 김지훈씨가 마중을 나온다.

 

“빨리 오셨네요. 이왕 커피 하우스에 오셨으니, 주변 경관은 천천히 둘러보시고, 시원한 냉(冷)커피 어떠세요?”

 

약속시간보다 30여분이나 일찍 온 기자를 함박웃음으로 맞으며 안채로 안내한 김씨는 모던한 철제의자가 빼곡한 앞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한옥에 웬 의자?’ 라고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그는 확 터진 경관에 들창으로 문을 열어제낀 대청마루를 보여준다. 근사한 바(Bar)로 개조된 공간하며, 그 속에서 3명의 전문 바리스타가 부산히 손님맞이를 하는 모습이 여느 커피 전문점과 다르지 않다.

 

이때 손에 검은 비닐자루를 들고 부산히 움직이는 김씨의 어머니가 반갑게 말을 건넨다. “어머, 기자양반이 오신다드니 벌써 오셨나 보네. 더운데 식사는 어쩌구, 시원한 단팥죽 한 그릇 내오리다.”

 

여느 엄마처럼 끼니 걱정부터 하는 어머니를 닮았다는 김씨. 그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잘 나가던 IT업계를 운영하다 고당경영에 뛰어들었다.“1988년부터였을꺼예요. 학교가 파하고 집에 오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이 바로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조그만 순두부집이었습니다. 거기서 음식 만들며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돕는 게 일이었지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몸에 익은 것 같아요.”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터를 잡고 살아 온 곳에 바로 고당이 자리를 잡은 것. 부모님의 손때가 가득한 곳이어서 벗어나려 애를 쓰지도, 고민하며 가업을 잇겠다는 뜻도 없었지만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물려받았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처음엔 주거목적으로 10년 넘게 아버지께서 손수 목재를 고르고, 대들보를 올리고 기와를 얹으셨어요. 그러다가 점차 구경오는 손님들이 늘어나자, ‘온두물’이란 이름의 전통찻집을 시작했어요. 국악을 전공한 형(김태훈)의 지인들이 커피를 테마로 한 공간을 제안해 2년전, 고당으로 오픈하며 커피하우스의 문을 열게 됐답니다.”

 

입소문을 타고 찾아 온 손님들로 인해 주말의 경우 매상이 500여만을 훌쩍 넘길 경우가 많다는 고당의 매력은 뭘까.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집 구경에 나섰다.

 

고당의 메인 바인 안채를 돌아 물소리 졸졸 흐르는 곳에 다다르니, 과연 왜 고당인가 싶다. 댓돌위에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놓고 동그란 문고리를 잡아당기니, 살포시 연못에 발을 담근 정자가 더없이 예쁘다.

 

3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에 에어컨 바람으로도 시원해지지 않던 속내가 확 트인 문살 너머로 연잎 피어있는 연못과 향긋한 커피 한잔에 확 뚫리는 것 같다. 함께하면 좋은 사람과 끝없이 이야기꽃을 피워보고 싶은 곳. 그래서 고당인가보다.

 

여기에 정자와 내외담(차면遮面담), 너른 마당과 안채, 다양한 꽃들로 가득한 산책로도 볼거리다. 뒷짐지고 천천히 밟으면 올레길이 부럽지 않다.

 

고당엔 뭐니뭐니 해도 커피맛이 제일이다. 이디오피아, 케냐, 예멘,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니카라구아,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에 이르기까지 수십가지가 넘는 원산지별 전통 드립(drip) 커피 맛은 이곳만의 자랑거리다.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섞어먹는 맛이 일품인 하우스 블렌딩 커피와 젊은 층이 즐겨먹는 에스프레소 바리에이션 커피(카페라떼, 카페모카, 카푸치노 등)까지 갖췄다. 여행 끝에 촐촐해진 관광객들을 위해 토기접시에 담은 엄마표 궁중떡볶이, 시루떡, 냉(冷)단팥죽은 별미 중의 별미다.

 

“맛도 중요하지만, 저희 형제는 앞으로 고당을 문화공간으로 가꿔갈 예정이예요. 남양주는 이미 청정유기농지역으로 선정돼 내년엔 세계유기농대회가 이곳 남양주에서 열리거든요. 원주민들과 연계한 청정먹을거리 판매존(Zpne)을 통해 지역경제도 살리고, 지역의 명칭을 살린 ‘조안 민속한마당’ 등의 축제를 열어 우리 전통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겁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등 로케이션 장소로도 많이 활용되는 고당만의 풍경과 멋스러움은 변하지 않도록 지켜가야겠지요.”

 

한편 고당은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등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커피 아카데미(고당 커피교실)를 개설, 순수 커피 애호가를 대상으로 커피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031)576-8090(http://www.godangcoff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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