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신·구약에선 “인간은 동물 위에 군림하거나 착취하는 존재가 아니며 하느님과 동물 사이에 중재적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구약은 동물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창조 섭리에 따라 만들어진 존재임을 명시하고 있다(창 1 :26, 시 50 : 11). 신약에선 새 한 마리까지도 먹이는 하느님의 배려를 기록하고 있다(마 6 : 26).
하느님은 고기를 달라고 아우성치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육식을 허용하였으며(신 12 : 20),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짐승 중 새김질하는 정결한 짐승을 먹을 것을 명령하였다(레 11 : 13). 그러나 인간은 과도하게 육식을 선호했고 결과적으로 좁은 공간에 동물을 최대한 밀집시키고 비육 기간을 단축시켜 도축하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자연에서 방목되는 동물과 달리 집중적으로 사육되는 가축은 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현창기 한동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구제역이나 광우병은 방목이라는 자연계의 순리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특히 “구제역은 비용을 줄이고 효용을 강조하다보니 생겨난 질병”이라고 설명한다.
성경은 동물도 안식일 휴식에 포함시켜야 하며(출 20 : 10), 짐을 지고 가다 넘어진 나귀라 할지라도 반드시 도와주어야 한다고 일러준다(출 23 :5). 특히 가나안 이방사람들이 다산과 많은 소출을 위해 어미 염소의 젖으로 새끼를 삶던 풍습을 철저하게 금지했다(출 23 : 19). 적절한 휴식이나 잔인한 행동 금지 규정을 통해 피조물 보호를 명령하였다.
경희대 유정칠 동물생태학 교수도 “소는 원래 초장에서 풀을 뜯어 먹어야 하는데 인간의 생각에 따라 동물 사료를 먹고 좁은 공간에서 짜 맞춰 지내다보니 질병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밀집 사육의 결과 면역성이 떨어지고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아지는 문제점을 초래했다고 한다. “항생제와 살충제를 놓고 있지만 엉뚱한 미생물의 내성만 키워 슈퍼 박테리아를 출연시키고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창조주의 섭리에 따라 방목하고 성장호르몬과 항생제가 들어간 동물성 사료의 남용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무 죄 없는 소 돼지 32만여마리가 살(殺) 처분 됐다.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을 터이다. 명복을 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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