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AI여파, 축산기자재·사료업체 ‘줄도산’ 위기

“망할 땐 농가와 달리 직접보상 규정 없어… 정부 지원을” 호소

구제역과 AI(조류 인플루엔자)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경기도내 축산기자재 업체를 비롯해 사료업계 등 축산 관련 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축산 관련 업체들은 사업이 망할 경우 농가들과 달리 직접적인 보상 규정이 없어 단 한푼의 지원금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노심초사하고 있다.

 

3일 축산기자재 업체 등에 따르면 구제역 확산과 AI 확산으로 축산기자재(축사, 송풍기 등) 생산 업체들은 지난해 12월 매출이 전무한데다 미수금 회수 및 추가 영업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고양의 G축산기계업체는 축사 벽면의 커텐과 송풍기, 축산 오수분리기, 스크류콤베어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구제역 발생 이후 지난달 매출이 전무한데다 수천여만원의 미수금까지 발생, 직원들의 월급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G업체는 구제역 확산으로 축산 농가들이 축사 개보수 및 신축 등을 고려하지 않아 영업 행위도 할 수 없다. 현재 생산된 기자재들을 고물상에라도 팔아야 할 입장이다.

 

G업체 관계자는 “직원들 월급이라도 주려면 미수금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어느 업체가 자식 같은 가축을 땅에 묻은 농장주들에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냐”며 “구제역, AI 같은 가축 전염병이 하루빨리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의 D업체도 종돈수입과 자동화관리시스템 등의 설비공사를 하고 있으나 지난달 영업 매출이 전혀 없는데다 수요가 없어 종돈수입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화성의 H축산기자재업체와 고양의 S업체도 구제역 발생 이후 매출이 전무한 상황이며 성남 K사료업체는 현재 살처분되고 있는 가축의 비율만큼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D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축산 농기계 업체들이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어 구제역과 AI가 끝나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를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며 “농가들은 정부의 지원이라도 받지만 우리 업체들은 사업이 망하면 어디서 보상 받을 때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한편 지난 2000년 구제역 발생시 한육우 가공, 유통 및 도·소매업 등 축산 관련 업체들의 직간접적 피해가 1조2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최원재기자 chwj7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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