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에 충실하자>
신묘년 첫 주가 시작됐다. 해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희망의 덕담을 나눈다.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정리하고 새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하고픈 바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희망만을 이야기하기에는 오늘 우리의 현실은 너무 참담하다. 한국 최고의 지성인 대학교수들에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교수신문은 올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민귀군경(民貴君輕)을 선정했다. 맹자의 ‘진심’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이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는 뜻이다. 현대 버전으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이 말을 추천한 교수는 “이명박 정부 들어 부자가 빈자 위에 군림하고, 힘센 자가 힘없는 서민들을 핍박하는 세태를 경계하며,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를 바란다는 의미”라고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강부자,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에게는 민경군귀(民輕君貴)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연말 한나라당이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인 예산안 날치기가 대표적 사례이다. 국민 여론에 역행하여 4대강 예산과 실세 예산을 통과시키면서, 서민과 복지 예산은 대폭 깎아버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만 살펴봐도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방학중 결식아동, 대학생 등록금, 소상공인 경쟁력 제고, 기초노령연금 지원 예산 등이 줄줄이 날아가 버렸다.
장두로미(藏頭露尾), 타조가 덤불 속에 머리를 박는다고 꼬리까지 감추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친서민, 공정사회를 말하는 이명박 정부의 ‘맨 얼굴’이 확연히 드러났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가는 치솟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가계부채는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 달 소비자 물가는 이미 전년 동월 대비 3.5%나 뛰어올랐다. 유가, 원자재값도 치솟고 있다. 가계부채는 770조원을 넘어서 빨간불이 켜졌다. 남유럽의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도 악재이다. 안팎으로 난제가 첩첩산중으로 쌓여 있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안보무능으로 인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우리 경제의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경기도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의 설비투자증가율은 2009년 마이너스 31.9%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설비투자가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것은 일자리의 보고인 중소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반영하듯 경기도의 청년실업률은 2010년 9%를 기록했다.
‘예산은 정부의 정책 의지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라는 금언이 있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올해 22조원의 국가부채를 늘리면서도 일자리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2009년 4조7천억원에 달하던 직접 일자리 예산은 올해 2조5천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일자리 10개 중 9개를 만들어내는 중소기업 관련 예산도 사실상 2년 연속 삭감해버렸다.
친서민은 입으로 외친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구체적인 예산 상의 수치로 말해야 한다. 예산 날치기를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친서민의 길이다. 반서민 예산을 고치는 경정(更正), 추경이 시급하다. 4대강 예산을 대폭 깎고, 서민·복지예산을 되살려내야 한다.
내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과 행동하는 양심들이 대화와 타협을 모르는 분열과 갈등의 리더십을 심판할 것이다. 진정한 친서민 정책을 펼 적임자를 가려낼 것이다. 사찰 없는 세상, 민주주의를 꽃피울 리더를 고를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지켜낼 세력에게 표를 모아줄 것이다.
‘해현경장(解弦更張)’.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필자의 새해 화두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에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 덕담을 나눌 수 있는 날을 꿈꾸는 것이 비단 필자만의 소망일까. 모두에게 토끼처럼 껑충 뛰어오르는 도약의 해가 되길 빈다. 김진표 국회의원(민·수원 영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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