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 중앙대 총장
“음악은 나를 미치게 한다. 당장 뛰어 나가고 싶다!”
예술인 출신으로 종합대학 총장을 맡아 화제가 됐던 박범훈(62) 중앙대학교 총장의 말이다.
우리나라 근대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박 총장은 공연 계획에 대해 묻자 엄살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보기좋게 흐트러진 백발을 쓸어넘기며 내뱉은 짧은 비명은 예술가에서 행정가로 변모한 자신의 역할변화와 결과에 대한 자신감에서 터져나온 투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미꾸라지가 용이 됐다’고 말하죠. 예전에는 시대적으로 고생도 다 함께 하고 함께 굶고 그랬던 시절이었지만 요즘에는 투자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잖아요. 그런 시대 덕에 대학총장까지 된 것 같습니다.”
박 총장은 서울국악예고에서 피리를 배우는 것으로 국악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후, 2004년 소리인연 40년에 이어 이듬해 중앙대 총장에 올라 지난해 재선임 됐다.
“물론 음악은 운명이었죠. 경기도 양평군 강산면에서 태어난 시골 촌놈이 학교에서 풍금치고 밴드활동하며 남사당패 따라다니고…. 이후 중앙대학교 서양음악과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일본의 무사시노대학원으로 유학을 갈 예정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중앙대를 인정치 않아 시험을 치르고 1학년부터 다시 시작해 10년간 공부를 해야 했죠.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모교에서 교수활동과 작곡활동을 하다보니 어느새 학교행정일을 맡았고, 하다보니 총장도 벌써 6년째 하고 있습니다.”
1986 아시안게임 개막식 작곡 및 지휘를 시작으로 87년 중앙국악관현악단 창단과 88년 서울올림픽 음악 작곡 등 국가 대표 음악인이었던 그가 총장으로서의 역할 변화가 힘들지는 않았을까.
박 총장은 작곡과 지휘가 가진 성격이 총장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큰 보탬이 된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곡을 창조하고 지휘자로서 앙상블을 만드는 것이 내 전공이잖습니까. 대학총장의 업무는 작곡과 지휘가 맞물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총장은 지휘자처럼 지휘봉을 들어 시스템을 통해 각 조직을 관리하는 거죠.”
중앙대는 올해 6월 그의 지휘봉을 따라 18개 단과대학의 77개 학과(부)를 10개 단과대학의 47개 학과(부)로 조정하는 사업을 단행했다.
또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미래지향적 학과로 조정하는 한편, 효율적 학교 운영과 발전을 위해 기존 안성캠퍼스 대신 하남과 인천 검단에 새로운 캠퍼스를 건립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 소재 캠퍼스만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각 지역 캠퍼스를 특화 대학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 눈길을 끈다.
“중앙대는 하나인거죠. 재조정한 중앙대 학문은 크게 5개 계열이 있는데, 흑석동 서울캠퍼스가 좁아서 이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습니다. 지방캠퍼스 개념이 아니라 각 계열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 다섯개 계열 중 한 두 계열씩을 통체로 각 캠퍼스에서 운영하는 거죠. 각 계열을 분산시키는 것으로, 오히려 서울중심의 기존 학문단위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안성캠퍼스 이전에 대한 비난여론에 대해서는 “두산으로 사립재단이 바뀌면서 전 재단측과 약속한 건으로 현재 이야기되는 것에 오해가 많다.”며 “안성캠퍼스에 실제 지역학생들조차 없는데다, 학생들이 월화수를 제외한 날에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떠나 공동화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말 안성과 시민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직접 만나서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모니’를 강조하고 실천해 온 박 총장이 ‘중앙대를 4년 후 국내 사립대학 5위안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현실화하며, 지금의 난제들을 원활하게 풀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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