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은 매년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공항에는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을 환송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입국 며칠 전부터 친지들에게 선물할 물건을 구입하느라 전전긍긍했다. 필자 역시 첫 해외출장을 갔을 때, 별도의 가방까지 구입해서 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경험이 있다. 요새는 우리나라가 쇼핑관광의 천국으로 변모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 재벌이 ‘루이비통’ 면세점을 인천공항에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 것이 회자되고 있다. 그동안 루이비통은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세계 최초로 금년 6 월에 루이비통이 한국 공항 면세점에 입점한다. 이는 고가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양질의 해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는 ‘쇼핑천국’이 되고 있음을 의미 한다. 루이비통의 입점 조건은 여타의 해외브랜드보다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영업기간 보장과 500~600 ㎡ 매장 면적 등으로 다른 브랜드에 비해 파격적이라고 한다.
관광 목적 중 ‘쇼핑’ 비중 급증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목적지 활동 중 ‘쇼핑’이 수위를 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요즘 명동에는 일본인 관광객과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인근 면세점에는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으로 넘치고, 명동과 남대문은 중저가 상품을 고르는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외국인 관광객이 안심하고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우수 쇼핑점 120곳을 선정하여 대한민국 대표 쇼핑브랜드인 ‘1st(퍼스트)’ 인증서를 수여하면서 ‘쇼핑코리아’를 대외적으로 천명하였다.
쇼핑은 음식과 더불어 관광지의 경험을 배가시켜주는 중요한 요소다.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에서 양질의 상품을 구매하여 쇼핑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재방문 기회를 증대시키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외국인의 국내 유치는 중요하고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은 외화유출 억제라는 관점에서 억제하고 모른척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얼마 전 모 방송국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국내의 대표적인 관광회사의 해외여행 상품과 일본에서 판매한 해외 여행상품을 비교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 판매한 관광 상품은 국내에서 판매한 상품보다 가격이 훨씬 비쌌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한 상품의 가격이 관광지에서 옵션투어를 하면서 구매한 상품까지 포함하면 일본 상품과 거의 비슷하거나 상회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판매한 상품을 이용한 사람들은 비교적 여유롭게 관광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판매한 관광 상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복사한 후 돌려주지 않고, 옵션투어를 하느라 제대로 관광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 저가여행상품 대책 마련
우리나라가 쇼핑천국을 표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저가 여행 상품처럼 취급되고, ‘염불보다는 잿밥’이라는 말처럼 ‘관광보다는 쇼핑’으로 끌려 다니고 있다. 기분 좋게 출발한 해외여행이 자신도 모르게 마이너스 상품을 보전하기 위한 ‘볼모’의 신분으로 전락되고 있다. 저가형 상품의 경우 출발 전에 상품원가가 마이너스로 책정된다. 이런 상품을 구매하면 적자보전을 위해 옵션투어를 할 수밖에 없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좋은 관광 상품은 본인이 다시 가고 싶어 하거나 돌아온 후에 다른 사람에게 그 상품을 추천한다. 관광경험이 쇼핑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쇼핑브랜드 ‘1st(퍼스트)’인증서 수여에 즈음하여 내국인의 저가 여행 상품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한범수 (사)한국관광학회장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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