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연합뉴스는 ‘여야 잠룡들 신묘년 대권행보 기지개’란 제하의 보도를 했다. 이에 거명된 인사를 가나다 순으로 보면 여권 김문수·박근혜·오세훈·이재오·정몽준·홍준표, 야권 손학규·유시민·정동영·정세균 등이다. 여권 6명, 야권 4명에 모두 10명이다. 그러나 잘 모르긴 해도 이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궁금한 것은 독자가 “이 사람이다” 하고 딱 집을만 한 인물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한마디로 나라에 인재가 없다. 이 시대를 난세가 아니라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난세엔 영웅이 난다’는 데 영웅이 없다. ‘시대가 인물을 만든다’고도 하는 데 인물이 안나온다.
우린 지금 인물난이다. 다음 대권을 앞서 거명된 사람 가운데서 잡는다면, 누가되든 지금 같아선 비록 대통령에 당선 됐을지라도 사회정서가 그를 경세의 인재로 평가하는 것은 유보할 것 같다.
더욱이 여권이고 야권이고 간에 대권가도는 예선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대체로 친이계, 친박계 뿐만이 아니라 민중계, 상도동계 등이 얽히고 설킨 것은 여권의 속사정이다. 야권은 더 복잡하다. 동교동계, 친노파, 구민주계열 외에 α의 군소정당이 있다. 누구든 독자 생존은 어렵다. 박근혜의 단독 드리블이 예상되지만 초반 뿐이다. 완주엔 파트너 물색이 필연이다.
‘쌈닭’ 지도자는 저리가라
여야의 대선 예선은 한마디로 이합집산 ‘합종연횡’의 연출이다. 계파간 배신과 분노의 계절이 될 것이다. 한데, 이 예선전이 정식으로 시작되는 것은 내년 초다. 올 한 해 지루하게 이어질 내부 암투 탐색전은 그 전초전이다. 이같은 전초전에 이어 예선을 통과해도 오는 2012년 12월19일 실시될 제18대 대통령선거 본선은 어느 대선 못지 않게 불을 뿜어 분위기가 혼탁스러울 것이다. 거듭된 ‘이전투구’의 이런 선거판에서 정치 협잡꾼이 아닌, 경세의 인물이 과연 나올 수 있느냐가 국민적 의문이다.
‘잠룡’이 ‘잡놈’이 안되려면 달라져야 한다. ‘경국제세’의 인물이 어느날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잠룡이 그같은 변화의 능력을 보여줘야 된다.
그렇다 하여 도깨비 방망이같은 요술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잘되고 잘사는 방법은 없고, 또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 일지라도 그런 재주는 있을 수 없다. 소박하다. 감동을 줄 줄 알고 희망과 신뢰를 줄 줄 아는 지도자 같으면, 당장의 고통은 얼마든 감내할 줄 아는 국민사회다. 어떻게 감동을 주고, 무엇으로 신뢰와 희망을 제시할 것인가는 역량이다. 단 한가지 분명히 전제할 수 있는 것은 진정성이다.
되풀이 되는 레퍼토리엔 식상했다. 쌈닭정치는 추하다. 싸울일은 싸워야 하지만, 강공만이 능사가 아니다. 연공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줄 아는 것이 지도력이다. 복싱 역시 강·연공을 병행하는 펀치의 가격효과가 크다.
동양철학의 기본이 되는 중용(中庸)은 이도저도 아닌 중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도저도 다 용해하는 화합의 구심점을 의미한다. 우린 이런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욕망을 통제하는 이성, 그리고 과대와 과소의 어리석음을 예방하는 지견(知見)이라는 것은 중용에 대한 서양철학의 해석이다. 이를 요즘말로 바꿔말하면 덕(德)이다.
화합의 구심점 형성해야
지난해말 브라질 대통령 임기를 90%의 국민들 지지속에 마친 룰라를 보며, 불행하게 느낀 것은 우린 브라질과 여건이 다른 점이다. 브라질은 국가안보의 직접적 위협이 없지만 우리는 휴전선에서 총칼을 맞대고 있다. 이렇게 다른 점은 인정해야 하나 공통된 것도 있다. 룰라가 성공해보인 성장과 분배의 조화, 부자와 빈자를 포용한 지도력은 곧 중용이였던 것이다. 배우지 못한 막 일꾼 출신의 대통령이 브라질을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키운 것은 소통과 실용주의 즉, 덕치의 결과다.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 세상일은 악다구니만 쓴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국민사회를 갈레갈레 갈라놔 불안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생각이 좀 달라도 이리저리 한데 모아 국민사회를 편하게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 난세에 영웅은 정녕 없는 것일까, 인재는 영 안나오고 말 것인가, 인물이 기다려진다. 본사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