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두고 보자” 거취표명 유보… 당청 갈등 증폭 김무성 “지도부 결정 신중하지 못했다” 딴 목소리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거취표명을 유보함에 따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당·청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 감사원장 후보자는 11일 인사청문회와 관련해서 “준비할 것은 해야죠”라고 말한 뒤 거취 표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조금 더 두고 봅시다”라며 입장을 유보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의견 차이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이날 신년 연설을 통해 “민심을 수렴해야 하는 당의 입장에서 국민 여론이 국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것은 민심이었고, 당이 민심을 전달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물론, 연이은 설화 파문을 벗어나려고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을 고려한 듯 자극적인 단어를 피하기 위해 연설 직전까지 표현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연설문에는 ‘정부에 협조하되 필요하다면 견제할 것은 확실하게 견제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신년연설 직전 이 부분을 삭제하기도 했다.
반면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연락은 받았지만 동의한 적이 없다”며 “신중하지 못했고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당·정·청은 한 식구인 만큼, 내밀하게 문제제기하는 절차를 밟는 게 기본 예의라는 것이다.
청와대 또한, 정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정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듯한 분위기지만, 한나라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하는 절차와 방식에는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여당이 청와대와의 충분한 교감도 없이 인사에 반기를 든 것이, 레임덕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절실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화살을 정 후보자에서 청와대로 돌리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민심을 파악해서 전하는 게 국회의 기능”이라면서 한나라당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에 도리어 유감을 표시했다. 또한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빨리 사퇴해서 대통령과 본인의 명예를 살려야 한다며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오는 19, 20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해서 “할 건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문회 준비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는 이르면 이날 중 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라던 당초 관측과는 전혀 다른 기류여서 주목된다.
그는 또 “청문회에 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거취 결정에 대한 질문에는 “조금 두고 보자”라며 여운을 남겼다. 강해인·김재민기자 hik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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