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투입 공무원들 ‘초죽음’

서구 1인당 2번꼴로 동원… 대부분 “가족과 생이별” 피로 호소

13일 오후 2시께 인천시 서구 심곡동 서구청 주차장.

 

공무원 10명이 작업복에 배낭을 메고 불로동 돼지농장의 살처분현장을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살처분 현장에만 2번째 투입된다는 한 공무원은 “지난해 12월27일 지역 최초 구제역 발생농장에서 이틀 동안 격리된 채 매몰처분을 돕는 일에 동원됐다”며 “살을 파고 드는 추위는 고사하고 산 채로 매몰되는 돼지들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으로 예방순찰과 방역초소 및 살처분에 동원된 서구 공무원들은 1천52명. 정원 800여명인 점과 하위직 공무원 위주 동원임을 감안하면 1인당 2회 꼴로 구제역에 동원되는 셈이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 소속 수의사 18명의 피로는 최악이다.

 

구제역 의심신고 출동을 시작으로 채혈을 통한 정밀검사 의뢰, 농가 감시와 살처분 진두 지휘 등으로 이어지는 업무로 거의 매일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2년전 보경환경연구원에 입사한 정윤정 수의사는 8살과 5살 자녀를 둔 주부로 살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꼬박 6일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한 수의사는 “현장에서 매몰처리를 놓고 동원인력과 마찰이 빈번한데다 가축을 살려야 할 수의사가 가축을 죽이는 일이 참기 힘든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허현범기자 powervoic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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