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들 고통스런 ‘안락사’ 중국산 살처분약 효과 떨어져

1시간 지나도 안죽어 수차례 투약 ‘몸서리’ 매몰작업도 지연… 농민들 “안타까울 뿐”

구제역 살처분에 사용되는 중국산 근육이완제의 약효가 국산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매몰작업 지연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경기도가축위생연구소와 김포시구제역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으로 확산되는 구제역을 차단하기 위해 소 살처분에 사용한 안락사용 국산 근육이완제(석시콜린)의 물량이 바닥나자 지난 10일부터 중국산 제품을 수입,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산 근육이완제는 국산 석시콜린에 비해 약효가 떨어져 소에 투입해도 1시간이 지나도록 죽지 않아 3~4차례 투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국산 석시콜린은 투약한 뒤 1~2분 내에 소가 쓰러져 즉시 매몰이 가능하다.

 

이처럼 중국산의 약효 저하로 살처분 시간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매몰작업에 어려움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축산농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더욱이 연일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로 약이 얼어 수의사들은 살처분 대상 소에 투입하기 전 더운물로 녹여 투약하고 있다.

 

김포지역의 경우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500여 마리의 한우와 젖소를 살처분하고 있지만 살처분을 모두 마치는데 1~2시간씩 지연됐다.

 

시방역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약효가 떨어져 살처분이 30~40분 이상 지연되고 있어 근육이완제를 투약하고 20여분 후 정맥주사를 다시 놓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곶면의 한 축산농민은 “애지중지 키운 소를 다 죽여야 하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인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힘들다”며 “남아있는 약의 양은 이미 나와 있을 텐데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석시콜린 제약사측의 한 관계자는 “석시콜린은 원래 구제역 감염 소에 사용하는 안락사용 약이 아니라 사람을 수술할 때 사용하며 평상시 냉장 보관해야 하는 것으로 대량 생산이나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다”며 “재생산하려면 외국에서 원료를 수입해와야 하기 때문에 빨라도 이달 말이나 2월 초에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포=양형찬기자 yang21c@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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