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도 싫어”… 명절이 불편한 아이들

어린이 명절증후군

화성시에 사는 신모(7)군은 다가오는 설 명절을 앞두고 벌써부터 연일 엄마를 쫓아다니며 칭얼댄다. 명절 연휴에 아버지 고향인 전라도 광주에 내려가는 대신 가족여행을 가거나 그냥 집에 있으면 안되냐는 것이다. 신 군의 엄마 김모(39)씨는 이런 아들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연휴만큼은 겨울방학에 다녔던 학원에 갈 필요도 없고 어른들처럼 따로 할 일도 없는데 뭐가 싫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명절에 모처럼 만나는 또래 사촌들과 어울려 놀면 된다고 설명해도 계속 가기 싫다고 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어린이 명절증후군을 아시나요?”

 

명절만 다가오면 쉽게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며느리 명절증후군’이다. 온 가족이 둘러모여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 연휴에 쉼없이 손님 대접을 위해 음식을 하고 치우느라 지치는 며느리들이 명절을 앞두고 미리 받는 스트레스를 뜻하는 말이다.

 

이보다 덜 익숙하긴 하지만 장거리 운전에 가족을 돌봐야하는 남편들의 힘겨움을 의미하는 ‘남편 명절증후군’도 그리 낯설지 않다.

 

반면 한창 즐겁게 뛰어놀 아이들이 명절증후군을 겪는다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어른들의 눈높이로만 명절 스트레스를 따졌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을 뿐, 우리 자녀도 명절증후군을 경험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명절을 보내는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자주 겪어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른보다 더 힘들수도 있다.

 

특히 핵가족시대에 태어난 요즘 아이들은 많은 가족들이 모이는 분위기를 낯설게 느끼는데다, 학원과 과외 등 ‘나홀로 생활’에 익숙해 명절증후군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

 

또 부모의 고향이 먼 경우 장시간 이동하면서 생활리듬이 깨지는 것이 어린 자녀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나홀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

 

대가족 스트레스 느낄 수 있어

 

자연스런 의사소통 유도하고

 

또래 사촌들과 비교는 금물

그렇다면 어린이들의 명절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한편, 어울리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온 가족이 모인 상황에서 공부나 성적 등으로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촌 00는 몇 등 한다더라” 또는 “00는 공부도 잘하고 엄마 일도 잘 도와준다니 얼마나 예쁘냐”, “00는 저렇게 하는데 우리 아이는 왜 안해?” 등의 비교하는 말은 어린이에게 큰 상처가 된다.

 

특히 또래 사촌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나 어른들끼리의 대화 도중 무심코 나오는 말은 자녀를 위축시키고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두번째로는 대가족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다.

 

최근 가족제도는 3~4명의 핵가족이 많다. 핵가족 속에서 적응하고 살아왔던 아이들은 대가족이 모이는 명절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어른들에게 혹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일년에 한두 번 만날까 말까 한 먼 친적에게 억지로 인사를 시키며 기억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친인척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서서히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하며 스스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셋째, 부모의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풀어놓는 것은 피해야 한다.

 

며느리나 사위로서의 피곤함을 아이들에게 말하다보면 이를 들은 자녀들은 부모의 갈등과 고통을 자신이 함께 나눠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중삼중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장거리 차량 이동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평소 즐겨듣는 음악과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휴게실에 자주 들려 스트레칭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음식도 전통 명절음식만 강요하지 말고 입맛에 맞는 것을 선물처럼 한 끼 정도 챙겨주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도움말=아이캠퍼·해병대전략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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