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악취·먼지 피해… 건강까지 위협 더는 못 참아

서울시 기피시설 밀집한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수십년간 피해만 강요당했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15일 고양시가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고양시 소재 서울시 기피시설. 시설마다 붙어있는 행정대집행 안내장 만큼이나 주민들과 시설 직원들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민들은 잇따른 고양시의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서울시의 무성의한 태도를 성토했으며 기피시설 관계자들은 한층 예민해진 태도로 말을 아꼈다.

 

난지물재생센터, 마포구 폐기물처리시설, 서대문구 음식물처리시설 등 주민기피시설이 밀집한 덕양구 현천동 자유로변. 한파가 절정에 달한 주말임에도 서울시 분뇨, 하수, 음식물쓰레기 차량들이 줄지어 드나들고 있었다.

 

지자체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취재진을 대하는 센터 직원들의 태도는 한층 예민해져 “시설을 폐쇄하면 고양시민도 피해를 볼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인근 주민들의 태도는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끝장을 봐야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격앙돼 있었다.

 

178가구 400여명이 모여 사는 난지물재생센터 옆 난점마을(현천동 5통)은 이날 때마침 마을총회가 열려 최근 기피시설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최성 시장에 대한 지지와 함께 그동안 쌓인 울분을 쏟아내는 성토의 장이 됐다.

 

주민들은 “20여년 전까지 늪지대와 갈대밭이 펼쳐져 아이들이 개울에서 고기를 잡던 아름다운 전원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겨울에도 바로 옆 분뇨처리장과 야적장에서 날아오는 악취와 먼지에 시달리는 낙후지역으로 변했다”며 이들 시설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이를 방증하듯 개발에 소외된 마을 주변은 수십개의 폐기물 야적장만 어지럽게 널려 있는 70~80년대 거리를 연상시켰다.

 

또 몇 년전 다니던 버스마저 끊긴 가운데 약국, 보건소, 은행 등 기초적인 편의시설마저 전혀 없어 세월을 거꾸로 가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경자 부녀회장(46)은 “여름에는 밥을 먹다가도 분뇨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구역질을 하기 일쑤다. 아이들은 비염, 어른들은 천식, 성인들은 만성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소유의 또 다른 기피시설인 인근 도내동 차고지의 환경오염도 심각한 상태다. 최근 거듭 시설확장을 하면서 오수가 흘러들어 농사짓기 힘들자 그 자리에 새롭게 서울시 모 구청의 쓰레기운반차량 수십대의 주차장이 됐다.

 

또한 차고지내에는 구청별로 불법컨테이너와 정비시설이 늘어서 있고 차량을 청소하고 난 폐수가 인근 토지와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고양=유제원·박대준기자 djpar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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