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나라 역사를 홀대하는 나라가 있다. 우리 나라다. 학교에서 잘 가르치지 않는다. 어느 국가고시에도 국사과목은 안보인다. 대학입시에도 출제되지 않다보니 관심 가질리 없다.
세상에서 우리처럼 자국 역사를 푸대접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그런대로 고1 필수과목이었던 게 올부턴 그나마 선택과목이 돼버렸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실시로 고등학교 전 교과가 선택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선택과목이 됐다. 그러잖아도 홀대받는 국사를 학교에 따라선, 고등학교 3년동안 단 한시간을 배우지 않고도 버젓이 졸업할 수가 있다.
필수과목으로 해야
일본 초등학생 입에서 청일전쟁(1894년~95), 노일전쟁(1904~05)얘기가 나왔다. 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는 일본의 자매학교와 해마다 교환경기를 가지면서, 서로 상대 선수들 집에서 민박한다. 일본의 그 학생 얘긴 비록 축구경기는 졌어도, 일찍이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를 이긴바가 있다는 자긍심을 은근히 과시한 것이다. 무서운 아이들이다. 우리 학생은 일본 학생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리가 없었다.
고등고시(高等考試)는 지금의 사법시험, 행정고시를 말한다.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에 생겼다. 고시(高試)는 사법과 행정과로 나뉘어 행정과에 또 1부 (일반행정) 2부 (세무행정) 3부 (외교행정) 4부(교육행정)가 있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고등고시에 국사과목은 공통 필수과목이었단 사실이다. 이랬던 국사과목이 빠진 것은 고등고시가 14회로 끝나고, 사법시험 행정시험으로 바뀐 1962년부터다. 자기 나라 역사를 잘 모르는 국민을 좋은 국민이라고 하긴 어렵다. 하물며 공무원, 특히 고급공무원은 더 말할 것이 없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의 경험에 대비하는 것이 국사다.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것이 국사교육이다. 국사교육을 소홀히 해선 국민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발전할 수 없다.
여기에 텔레비젼 사극, 특히 조선의 사색당파는 부정적으로 묘사하여 역사를 비하하기 일쑤다. 물론 일부 역사책은 사색당쟁을 좋지 않게 말하고 있다. 이런데다가 드라마마다 흥미를 경쟁적으로 가미하다 보니 음모와 모함 등 암투가 더욱 흉악하게 연출되곤 한다.
난 역사학도는 아니다. 그러나 사관(史觀)은 있다. 당쟁을 나쁘게만 보는 사관은 일제 식민지사관의 잔재다. 일본은 한반도와 만주를 지배할 당시, 만선(滿鮮)연구소라는 걸 두어 역사 격하를 위해 사실(史實)과 사관등을 날조 왜곡했다. 사색당쟁은 물론 나쁜점도 많다. 그러나 바탕은 그게 아니다. 왕조의 정당정치가 사색당쟁이다. 이의 고전적 정당정치는 탈당도 몰랐고, 배신도 몰랐다. 집권과 실권의 진퇴가 분명했다. 지금의 민주주의 정당을 하는 사람들 보다. 정치적 도덕성이 더 훌륭했다. 할일없이 싸웠다는 것은 만선연구소가 지어낸 소리다.
모든 국가고시에도
예를 들어 대비의 초상을 며칠장으로 치르느냐는 문제를 두고 싸웠다는 비아냥, 즉 비하는 현대적 관점이다. 유교사회의 당시 관점에서는 정당 (당파)의 이견이 중대 이슈였던것은 당연하다.
결론을 내려야겠다. 이젠 다문화시대지만, 국사는 한민족으로 통칭된다. 민족사관에 의한 국사교육을 필수과목으로 하여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모든 국가고시에는 국사과목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국사를 알아 나라사랑 마음이 더한다면, 애국심이 선양되는 사회건설을 위해서도 국사를 소중히 할줄 아는 기풍이 진작돼야한다.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고구려 발해등 우리의 북방사를 자기네 변방정권이라며 침탈하려하고, 일본은 독도를 역사적으로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 턱없는 영유권을 주장한다. 이도 국사를 알아야 능히 대응한다.
국사는 국민교과다. 안병만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며칠전 국사의 고교 필수과목화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7월 발의된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법률안’이 계류중이다. 기왕이면 국회에서 잠자는 법안이 잠을 깨기전에, 대통령이 단안을 내리면 더 좋을 것이다.
임양은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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