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눔의 문화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시대의 지성들은 ‘문화’를 지극히 강조했다. 새 세기를 맞는 각오인 양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말들은 한결같이 ‘21세기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문화 창조력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문화와 정보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는 말로 일관했다. 하지만 21세기를 맞고 1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우리의 삶과 사회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체감 지수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근자에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다, 집 없는 서민들의 전세대란이다, 장바구니 들기가 무섭다는 사회적 불안 요소도 한몫 거든 탓일는지 모르겠다. 어찌 보면 문화라는 것이 함께 웃고 울면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서서히 정착되는 것이라지만, 문화는 말로 이루는 게 아니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위로는 나라가 안정돼야 하고, 자연 재앙이 없어야 한다. 아래로는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하며, 여기에 통치자의 의지력이 수반돼야 한다. 문화는 3박자가 순조롭게 어울려야 이룰 수 있는 산물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문화는 창의적 다양성을 토대로 한다. 창의적이지 못한 문화는 시대를 뛰어넘을 수 없고, 세계에 우뚝 설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는 위의 3박자를 바탕으로 탄탄한 상상력을 꽃피울 때만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아무 때나 섣불리 ‘문화부흥’을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무형의 문화는 한번 손상되면 완전 재생이 어렵고, 꾸준히 가꾸지 않으면 한순간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 있다. 반면에 잘 가꾸고 개발하면 인간은 정신적 물질적 풍요로움은 물론 삶은 윤택하고 천년세월을 한량없이 퍼낼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에너지같고, 세월을 지낼수록 값이 없는 보물 중의 보물로 변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어려움 함께 나누는 마음가짐으로

 

그런데 요사이 정치문화는 갈수록 험상궂게 변해가고, 사회문화는 갈등과 소통의 불협화음으로 경색되고, 전통문화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현대사회에 밀려 갈수록 힘없는 낙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경제는 어렵다고 요소요소에서 아우성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방방곡곡에서 죽어가는 소도 울고 떠나보내는 주인도 울어 눈물범벅이 돼 버린 세상이다. 하루에도 수백 마리씩 죽어나가는 돼지·닭·오리 짐승들의 애절한 사연과 무정히 떠나보내야만 하는 가축 농가의 시름 속에 묻어나는 애원성을 어떻게 달래고 함께 보듬어야 하는지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위기와 어려움을 맞을 때마다 슬기롭게 이겨내는 처방전을 이 땅에 사는 사람이면 다 알고 있다. ‘마음 단단히 바로 먹고, 똑바로 차린 정신력’과 이웃집 슬픔을 자기집 슬픔으로 알고 어려울 때일수록 나눠야 하고 어려움에는 너와 나가 따로 없다는‘마음 나눔의 문화’가 항상 마음자리의 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예나 지금이나 저마다 처한 자리에서 한결같이 마음 되잡는 방법론도 알고 있다. 곧, 지는 해와 달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잊지 않고, 오늘 나를 비춘 햇살을 더 따사롭고 소중하게 여기며, 내일 새로 떠오를 해와 달에 희망을 걸고 더 밝은 미래를 꿈꾸는 자긍심으로, 차분차분 준비하는 미래지향적 사고관이 마음자리 한가운데 똬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한 현실 슬기롭게 극복해야

 

우리는 지금은 구제역이란 전염병으로 시름하고 있는 가축 농가의 아픔과 슬픔을 위해 밝은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선조들의 ‘마음 나눔’의 처방전, 마음 되잡는 방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 하겠다.  김세종 다산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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