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아름다운 덕유산 상고대

나는 구태여 올랐다. 올 들어 최고 추운 날. 아이젠에 할퀴어 신발 속을 파고든 가루눈에 발이 얼었다. 하지만 내려오는 사람과 뒤엉켜 부딪치는 게 더 지친다. 앞지르기하던 뚱딴지같은 사람이 미끄러져 그만 눈 속에 파묻혔다. 얼마 후 눈사람이 되어 나온 그의 표정은 매우 씁쓸해 보였다. 향적봉위엔 수많은 등산객이 면도날 같은 삭풍을 맞으며 운집해 있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대피소에서, 뭇 군상들과 선채로 컵라면을 먹었다. 중봉으로 내려오는 길에 스틱을 잡느라 노출된 손이 덕장의 동태처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했다. 나의 혹한기 훈련은 끝났다. 이것으로 올 겨울 강추위에 대적할 면역력은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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