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AI 가축재앙 끝이 안 보인다

최원재 권혁준기자 chwj7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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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구제역 한 달…소 10%, 돼지 34% 살처분

지난 해 12월14일 양주·연천을 시작으로 경기도내 18개 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한달 동안 도내 전체 소 사육두수의 10.5%, 돼지 34.7%가 살처분되는 등 이번 구제역 사태로 도내 축산농가들이 사실상 초토화됐다.

 

살처분 두수가 매일 2만6천마리씩 늘어나고 의심신고도 줄지 않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예방백신 접종에 따라 구제역 기세가 수그러들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구제역 발생 한달, 소 10%, 돼지 34% 살처분

도 구제역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 한달째인 1월14일 현재 도내 양주, 연천, 파주, 고양, 가평, 김포, 포천 등 18개 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으며 소 13건, 돼지 12건 등 25건이 양성판정을 받았다.

 

살처분 소는 758농가 5만3천361마리, 돼지는 447농가 75만9천669 마리로 도내 전체 소 사육두수(이력제 기준) 50만7천447마리의 10.5%, 돼지는 사육두수(통계청 자료) 218만8천346마리의 34.7%에 해당된다.

이밖에 소와 돼지 외에 사슴과 염소 등 기타 우제류도 46농가에서 1천353마리가 살처분됐다.

 

◇의심신고만 하루 50건 쇄도, 살처분 하루 2만6천마리

구제역 의심신고는 18개 발생 시·군에서 하루 평균 50여건에 달했고 상당수는 살처분 판정이 내려졌다.

살처분 판정과 함께 시료를 채취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조사를 의뢰하는데 구제역 발생 시·군의 것은 조사 순위가 밀리며 확진 여부에 시일이 오래 걸리고 있다.

 

살처분 농가는 1월10일 1천22농가에서 12일 1천144농가, 14일 1천251농가로 나흘 사이 하루 평균 57농가씩 늘었다.

 

또 살처분 두수도 1월10일 70만9천851마리에서 12일 75만8천952마리, 14일 81만4천383마리로 늘어 하루 2만6천여마리씩 증가했다.

 

◇안성은 AI도 확산 추세

도내 최대 축산단지인 안성시에서는 구제역과 함께 설상가상으로 고병원성 AI까지 발생했다.

1월10일 서운면 신흥리 오리농장에서 AI가 확진돼 이 농장 오리 3만2천여마리와 반경 500m내 닭농장의 5만5천여마리가 살처분됐다.

 

또 13일에는 일죽면 산북리 육용오리농장도 AI가 발생해 해당 농장 오리 1만4천800마리와 인근 오리농장 8천800마리, 토종닭농장 6천마리가 살처분됐다.

 

같은날 미양면 강덕리의 종오리농장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됐고 1차검사에서 AI 항원(H5형)이 나왔다. AI 발병은 도내에서 2008년 5월 안성·평택 이후 2년 8개월만으로, 발생 농장간 역학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

도는 1월9일 1만1615개 농가에서 사육중인 소 47만5812두에 대한 구제역 백신접종을 완료했으며 종돈·모돈에 대한 접종도 마무리 했다.

 

이와 함께 도는 송아지가 지속적으로 태어나 또 다른 구제역을 발병시킬 수 있다고 판단, 송아지에 대한 백신접종도 실시키로 했다.

 

송아지 백신접종은 태어나면 한 달 이내에 축협에 신고해야 하는 이력추적시스템을 근거로 시행하게 되며 도내에서는 매년 15만~16만두의 송아지가 태어나고 있다.

 

송아지 백신접종은 소를 대량으로 사육하고 있는 큰 농장은 수의사를 파견하고, 규모가 적은 일반 축산농가는 주인이 직접 접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대책본부 관계자는 “백신 접종에 따른 항원 형성기간이 지나면서 구제역이 잦아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송아지 백신 접종은 사전 예방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역 침출수 2차 피해 우려

구제역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134만여두의 가축이 살처분되면서 해당 지역주민들과 전문가들은 앞으로 날씨가 풀리면 가축들의 부패 속도가 가속화돼 침출수에 의한 2차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매몰지 22곳이 안전관리 규정을 위반한데 이어 도보건환경연구원이 연천·파주 등 경기북부 7개 시·군의 매몰지 주변 지하수 55건을 조사한 결과 8건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금은 강추위로 땅이 얼고 부패도 늦어 침출수 발생이 늦춰지고 있지만 앞으로 날씨가 풀리면 어찌될 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며 “여름철 폭우에 한꺼번에 유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축산위생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메뉴얼에 따라 가축들을 매립하더라도 침출수에 의한 2차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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