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풍성함이 고스란히 전통과 교감하는 재미도 쏠쏠
망와(望瓦·용마루 끝에 세우는 암막새)가 숨어 있는 미술관이 있다.
별관에서는 조선 중기 망와들이, 본관에서는 망와를 모티브로 한 그림들을 통해 망와가 무엇인지 공부하고 전통 목(木)공예품과 도예품, 석(石)물 등을 감상하면서 우리 전통과 훨씬 더 가깝게 교감할 수 있는 곳, 바로 김포시 고촌읍 보름산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은 보름산미술관(관장 장정웅)이다.
보름산미술관은 민둥산에 반쯤 걸린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반원 형태로 지난 2009년 5월30일 개관됐다.
화가이자 건축가인 장정웅 관장(65)이 직접 설계한 건축물로 1·2층에 각각 본관(320여㎡)과 별관(80여㎡), 그리고 별도의 교육시설과 사무동(100여㎡)을 갖췄다. 이외에 다목적 교실, 휴게실, 작은 도서관, 카페 등 공간을 요모조모로 나눠 오가는 사람들이 언제든 편안하게 드나들며 소통할 수 있도록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박물관은 단순히 전시물을 감상하는 1차원적인 공간이 아니다. 박물관을 둘러싼 조경들과 뒷산 나무들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주변경관을 그대로 실내로 끌어들여 마치 산림욕하듯 산보를 즐길 수 있다. 1층과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실은 자연채광이 실내로 유입되도록 천정으로 처리, 자칫 폐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미술관 내부를 한층 밝게 열어놓는 등 자연친화적 건축물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
지금의 미술관을 열게 된 계기는 장 관장의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 재학중인 1970년대, 최초의 민간민속박물관이 온양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만해도 옛 것은 불편하고 쓸모없는 것이라 치부돼 고물취급을 받던 시절, 그 같은 물건들을 모아 박물관에 전시한 것을 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 그 때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한 그는 60이 넘은 2009년에서야 후손들에게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유산이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전도사 역할을 해내기 위해 지금의 보름산 미술관을 오픈하게 됐다.
현재 미술관 별관전시실에는 ‘조선중기 망와얼굴展’이 열리고 있다.
장 관장은 “집이란 사람들이 처한 자연환경과 생활양식 및 가치관에 따라서 고유의 역할을 다하도록 지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우리 선조들도 집을 짓고 수 천년을 살아오는 동안 우리 민족에게 꼭 맞는 ‘한옥’스타일을 탄생시켰다”며 “특히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지붕이고 지붕을 잇는 기와의 일종인 망와는 유럽의 가문을 상징하는 심볼(Symbol)처럼 집의 용도나 권위를 상징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도예 조형이라 할만큼 훌륭한 미술품”이라고 설명한다.
전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형태와 상징을 띄는 망와 중 조선중기 이후 얼굴 모양의 망와 30여점을 선별해 3월까지 선뵌다.
또 본관 전시실에는 한국화의 대표적 소재인 소나무를 테마로 장 관장이 직접 전국을 누비며 눈으로 보고 그린 ‘강원도 임계리의 겨울여행’ 등 회화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겨울여행展’을 타이틀로 20여점의 작품을 선뵈는 전시는 수묵의 아름다움과 동양적 철학을 눈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미술관에는 전시물을 관람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인 카페도 마련돼 있다. 다양한 원산지별 커피를 5천원에서 1만원사이에 즐길 수 있다.
문의 (031) 985-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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